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사진. 뉴시스
군기훈련(얼차려)을 받던 중 쓰러져 숨진 육군 훈련병이 ‘횡문근융해증’ 의심 증상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횡문근융해증은 무리한 근력 운동, 지나친 체온 상승, 외상 등으로 근육이 손상돼 골격근세포가 녹거나 죽어 신장을 폐색 및 손상시키는 병이다.
28일 군 소식통은 사망 훈련병 A 씨(21) 부검 결과에 대해 “횡문근융해증과 유사한 증상을 일부 보인 것으로 안다”며 “추가로 혈액 조직 검사 등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12년 육군에서 야간 행군 후 숨진 훈련병도 횡문근융해증 증상을 보였다. 당시 의료진은 극심한 운동으로 파괴된 근육조직이 혈관과 요도를 막아 신부전증으로 발전해 사망했다는 소견을 내놨다.
간부가 규정에 없는 군기훈련을 시킨 정황이 있는 것으로도 전해졌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A 씨는 완전군장 상태로 보행(걷기)하다 구보(뛴걸음)하고 뒤이어 팔굽혀펴기한 뒤 다시 구보하는 절차로 진행되는 군기훈련을 받았다.
육군 규정 120 ‘병영생활규정’에 따르면 군기훈련 방법에는 구보가 없다. 완전 또는 단독 군장 상태에서는 보행하도록 명시돼 있다. 군에 따르면 규정에 없는 군기훈련은 허용되지 않는다. A 씨가 실시한 팔굽혀펴기는 규정에 따르면 활동복이나 전투복을 입고서만 가능하다. A 씨처럼 군장한 상태로 실시하는 건 규정 위반이다.
이와 관련해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완전군장을 한 채 팔굽혀펴기, 선착순 뺑뺑이를 돌렸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임 소장에 따르면 6명의 군기훈련 대상 훈련병은 완전군장 달리기를 한 뒤 1등만 빼고 반복해서 달리는 벌을 받았다.
A 씨의 사인이 열사병이라는 보고도 나왔다. 질병관리청은 A 씨를 올해 첫 열사병 추정 사망자로 분류했다. 임 소장은 “저희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병원에 도착했을 무렵 열이 40.5도까지 올라갔다”며 “열사병으로 추정된다. 고열에 시달리면 통상적으로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고 휴식을 취하면 다시 회복된다. 회복이 안 되고 패혈증으로 넘어가서 결국은 신장 투석을 한 가운데 사망에 이르게 된다”고 했다.
훈련병들이 연병장에서 완전군장 구보를 하는 현장에 군기훈련을 지시한 중대장이 다른 감독 간부와 함께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육군은 이번 사건에 대한 민·군 합동조사를 마치고 민간 경찰에 해당 사건을 수사 이첩할 예정이다. 민간 경찰과 함께 조사하면서 식별한 문제점 등을 기록한 인지통보서와 폐쇄회로(CC)TV 녹화 영상 등이 경찰에 제출된다. 군기훈련을 지시한 중대장 등 2명이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게 됐다.
서우석 육군 공보과장은 이날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육군은 이번 사안의 중요성을 명확히 인식한 가운데 민간 경찰과 함께 협조해 조사를 진행했다”며 “조사 과정에서 군기훈련 간 규정과 절차에서 문제점이 식별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식별된 문제점에 대해 경찰의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오늘 이첩하게 됐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