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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실내 공기 유지하려면… 환기만큼 효과적 방법 없어

입력 | 2024-05-29 03:00:00

요리나 청소 후엔 꼭 순환시켜야
CO₂ 농도 공기청정기로는 못 낮춰
필터 장착 환기설비 활용이 최선




《현대인은 하루 중 80∼90% 시간을 실내에서 보낸다고 한다.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에는 실내에 있는 시간이 더 길어지기 마련이다. 밖에 나가지 않고 창문을 닫은 채 에어컨을 오래 켜는 공간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실내 공기 질에 대한 관심도 서서히 높아지고 있다. 내가 일상생활 대부분을 하는 곳에서 들이마시는 공기 속에 어떤 유해물질은 없는지, 이산화탄소가 기준보다 많이 있는 것은 아닌지 등을 궁금해한다. 상대적으로 깨끗하고, 건강에 해를 끼치지 않는 공기 질을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공기청정기를 틀어놓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환기(換氣)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실내 공기를 신선하게 유지하는 방법과 환기의 중요성에 대해 전문가 2명의 설명을 들었다.》


120만 명 넘는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 ‘닥터프렌즈’ 이낙준 이비인후과 전문의(사진)는 “실내 공기 속 미세먼지, 유해물질, 고농도 이산화탄소(CO₂)는 호흡기 질환을 비롯한 각종 감염병을 일으킬 수 있다”면서 실내 공기 질 개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전문의는 건강에 좋은 실내 공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공기청정기를 가동하면서 무엇보다 환기를 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실내 공기 질 관리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실내 공기 속 미세먼지와 유해물질, 고농도 이산화탄소는 각종 질환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밖에서 실내로 유입되거나 요리, 청소를 하다 생기는 미세먼지는 천식이나 알레르기 질환, 감기, 폐렴 같은 호흡기 질환 발병 확률을 높인다. 톨루엔, 포름알데히드 같은 유해물질은 백내장 발생과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만성 상기도 염증을 일으킬 수 있는 발암물질로 꼽힌다. 사람이 숨 쉴 때 나오는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면 불쾌해지면서 졸음이 오거나 두통, 어깨 결림, 현기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임신부에게는 조산이나 아기 발달장애 원인이 될 수 있어 실내 CO₂ 농도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실내 공기 속 오염 물질이 독감과 같은 바이러스성 질환을 일으키기도 하나.

“감염성 호흡기 질환이 연중 증가하는 이유에는 실내 공기 질 저하도 들어간다고 볼 수 있다. 감염은 바이러스나 세균 한 개체가 일으키지 않는다. 병원균 종류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정 수준 이상의 개체가 필요하다. 실내 공기 질을 관리해 병원균을 완전히 제거하지는 못해도 최소한 개체 수를 줄여 감염을 예방할 수 있다는 얘기다. 또 실내 공기에서 미세먼지나 유해물질을 줄이거나 없애는 것도 감염 예방에 도움이 된다. 미세먼지 때문에 염증이 생긴 호흡기는 병원균에 감염되기가 더 쉽기 때문이다.”

―실내 공기를 개선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공기청정기와 환기다. 공기청정기도 중요하지만 실내 공기 질 악화를 예방하는 가장 강력한 활동은 여전히 환기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적절한 환기를 하지 않는다면 실외보다 실내 공기 오염이 최대 100배 증가할 수 있다고 보고한 바 있다. 적절한 환기를 위해서는 아침 점심 저녁 한 번씩, 매 30분간 창문을 열어줄 것을 추천한다. 특히 요리나 청소 후에는 반드시 환기하는 것이 좋다. 장마철에는 실내 습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자주 환기를 해주는 것이 좋다.”

―하지만 미세먼지 때문에 창문을 마음껏 열어 놓기도 힘들다.

“그렇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70%가량 가구에서 미세먼지 탓에 환기 시간을 줄였다고 밝혔다. 실제로 미세먼지 경보나 황사주의보가 발령된 경우 지나친 환기는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실외 미세먼지나 황사는 실내 발생 미세먼지와 성분이 크게 달라 호흡기 질환뿐 아니라 암이나 뇌 질환, 심장 질환을 일으킬 확률도 더 높다.”

―그렇다면 추천하는 해결 방법은 무엇인가.

“환기를 아예 하지 않는다면 위험하다. 실내 이산화탄소 농도는 공기청정기로는 낮출 수 없다. 필터가 장착된 환기 설비 이용이 최선이다. 필터가 있는 환기 설비로는 외부 미세먼지나 황사가 유입돼도 적절히 환기할 수 있다. 이 같은 환기 설비가 없다면 하루 한두 번, 매 3분 이내 환기가 안전하다. 창문을 열어 환기한 뒤 물걸레질을 해서 방이나 거실 바닥에 붙은 먼지를 제거해야 한다.”




뿌연 바깥공기 창문 못 열면… 연중 가동 환기 시스템 필수


팬만 도는 환풍기와 완전히 달라
미세먼지-오염물질 거의 걸러내
밀폐 공간-다중이용시설엔 필수

환기는 실내 공기 질 개선을 위해 꼭 필요하다. 하지만 미세먼지 같은 적대적인 외부 환경은 창문을 열기 어렵게 만든다. 필터를 활용해 미세먼지 같은 외부 공기 속 오염물질을 거르고, 밖으로 나가는 공기에서 열을 회수해 쾌적하고 신선한 공기를 유입하는 열회수(熱回收) 환기 시스템이 주목받는 이유다.

이 같은 환기 시스템은 계절에 상관없이 연중 사용 가능하고 에너지 소비량도 상대적으로 적은 환기 장치다. 홍희기 경희대 기계공학과 교수(사진)에게서 환기 시스템이란 무엇이고, 그 효용은 어떤 것이며 관리를 잘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등을 들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창문 환기 대안으로 환기 시스템이 거론된다.

“오염된 공기를 밖으로 내보내고 신선한 공기를 안으로 들이는 것이 환기다. 하지만 창문을 열어서 하는 환기는 바깥 공기가 깨끗하고 온도와 습도가 적당할 때만 가능하다. 환기 시스템은 단순히 팬(날개)만 돌아가는 환풍기와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

특히 봄가을과 달리 여름이나 겨울에 창문을 열기 쉽지 않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에너지 낭비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열회수 환기 시스템은 실내 미세먼지, 새집증후군 유발 물질, 포름알데히드 등 오염물질과 CO₂ 농도를 바깥 공기 수준으로 떨어뜨리면서도 버려지는 열을 회수해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한다. 실내외 공기 상태를 살펴보면서 자동으로 움직여 연중 24시간 쓸 수 있다. 버려지는 공기에서 열을 회수하고, 봄가을 황사나 미세먼지 같은 오염물질을 걸러내는 필터 기능을 갖추고 있다. 따라서 밀폐되기 쉽거나 다수가 이용하는 실내에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환기 시스템을 사용해야 하는 이유는….

“창문 환기가 어려울 때 공기청정기만 트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환기와 공기 청정은 다른 개념이다. 공기청정기는 실내 공기를 재순환시켜 오염물질을 제거하는데 호흡, 취사에서 발생하는 CO₂는 없애지 못한다.

공기청정기만 가동한 교실에서 CO₂ 농도가 1000ppm(1ppm은 100만분의 1·0.0001%)을 넘어 집중력이 저하돼 학습 효과가 현격히 떨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 같은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환기 시스템을 설치해 바깥 공기를 유입시켜 CO₂ 농도를 떨어뜨리고 새집증후군 유발 물질이나 미세먼지 농도를 낮춰야 한다.”

―우리 주변에서 환기 시스템을 찾아볼 수 있나.

“환기 시스템은 밀폐되기 쉽거나 다수가 이용하는 실내 공간에는 필수적이라고 볼 수 있다. 최근 건물은 고(高)단열, 고기밀화 경향으로 문틈이나 창틈으로 바깥 공기가 거의 들어오지 못하는 구조다. 현재 우리나라는 ‘건축물의 설비기준 등에 관한 규칙’ 제11조에 따라 30가구 이상 공동주택이나 지하철역, 판매 및 교육 시설을 비롯한 다중이용시설은 의무적으로 환기 설비를 설치해야 한다. 다만 일정 면적 이상일 때만 설치가 의무화돼 있어 보완이 시급하다. 2006년 이후 지은 아파트에는 대부분 환기 시스템이 설치돼 있지만 기능이 떨어지는 저가(低價) 제품이 많고 관리 방법을 알려 주지도 않아 아예 설치 사실을 모르기도 한다. 오랫동안 방치된 환기 시스템을 가동하려면 전문업체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덕트나 제품 내부에 먼지가 쌓여 있어 정비하지 않은 채 작동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초창기 제품은 소음이 큰 데다 성능도 떨어졌을 확률이 높아 확인이 필요하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