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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신광영]“안 쓰는 도로 팝니다” 세수 급감한 지자체들의 고육책

입력 | 2024-05-28 23:18:00


요즘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선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에게 보유세를 물리자는 얘기가 나온다. 반려동물 증가로 개 물림 사고나 동물 유기 등이 늘고 있는데 여기에 예산을 할애하기 어려울 정도로 곳간 사정이 급하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무자녀세 도입을 검토하는 곳도 있다고 한다. 지자체들이 저출산 지원책을 내놓긴 했지만 실탄은 없다 보니 이런 고육책까지 거론되는 듯하다. 친환경 차량 세제 혜택을 줄이고 전기차 주행세를 도입하자는 목소리 역시 커지고 있다. 지자체들이 줄어드는 세수를 어떻게든 만회해보려는 몸부림이다.

▷지난해 중앙정부의 역대급 세수 결손으로 지자체 곳간은 직격탄을 맞았다. 소요 예산보다 56조 원이나 덜 걷히다 보니 지방으로 가는 교부세·교부금이 23조 원가량 줄었다. 부동산 경기침체와 공시지가 하락으로 지자체 수입원인 취득세와 재산세 수입도 줄어들었다. 기업들 실적마저 부진해 이들이 내는 법인지방소득세도 감소했다. 쪼그라든 재정으로 살림을 꾸리자니 예산이 줄줄이 깎여나간다. 인천에선 도로에 금이 가고 아스팔트가 깨져도 보수공사를 못 하고 있고, 학생들 무상급식이 중단될 위기에 놓인 지자체도 있다.

▷지방경제 활성화를 위한 예산이 깎이는 게 특히 문제다. 기업 투자유치 보조금, 전문인력 인건비 지원, 대학생 인턴 지원, 골목상권 부활 사업 등이 축소되고 있다. 일자리가 생기고 돈이 돌아야 세수가 발생하는데 경제 활력을 키우는 사업이 위축되면 오히려 악순환에 빠져 재정 가뭄이 더 심각해질 수 있다. 지방채를 발행해 돈을 끌어오려는 지자체도 많지만 잘 팔리지도 않을뿐더러 5%에 달하는 고금리가 큰 부담이다.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 중 재정자립도가 가장 낮은 강원도는 안 쓰는 도로를 민간에 팔기로 했다. 행정 목적으로는 용도가 마땅치 않지만 민간의 수요가 있을 만한 도로를 골라내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강원도는 도내 미활용 도로를 매각하면 향후 10년간 1200억 원의 수입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지자체가 이런 식으로 공공자산을 내다 팔면 당장은 보탬이 되겠지만 장기적으론 세수 기반을 잃게 될 수 있다.

▷감세 기조로 인해 중앙정부부터 세수 확보에 애를 먹는 마당에 지자체 교부세가 늘어나길 기대하기는 당분간 어려운 상황이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지방정부들 사정이 녹록지 않지만 광역단위로 재산세를 걷은 뒤 고르게 배분해 지자체 간 격차를 줄이는 대안을 고려해볼 만하다. 서울은 시가 각 자치구 재산세의 50%를 걷어 25개 구에 나누는 재산세 공동과세를 시행 중인데 이를 전국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물론 이 역시 광역지자체가 쇠락한다면 단기 처방에 그칠 수 있어 지방 세수의 파이를 키워야 하는 숙제는 여전히 남는다.



신광영 논설위원 n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