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료율 13%에 소득대체율 44%’ 개인은 2% 더 내고 4% 더 받는 것 이런 식의 연금개혁 가능하지 않아 이재명, 기만적 개혁안 받아 선수친 것
송평인 논설위원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위원이 최근 주간동아와 인터뷰한 기사를 인상 깊게 읽었다. 그는 “한번은 한중일 연금 전문가들이 모여 회의를 했다. 발표를 마치니 연금 업무를 담당하던 일본 공무원이 주저하다 질문하더라. ‘한국은 일본의 절반도 안 되는 보험료를 부담하는데, 어떻게 훨씬 많은 연금액을 줄 수 있느냐’며 비법을 묻는 것이었다. 부끄러워 얼굴을 들지 못했다”고 말했다.
연금의 소득대체율 44%와 45%는 1만 원 차이에 불과하다는 건 기만적이다. 월급이 100만 원일 때 소득대체율 44%는 44만 원, 45%는 45만 원이므로 그 말이 맞다. 월급이 100만 원인 사람은 없다. 월급이 200만 원과 300만 원이면 2만 원과 3만 원으로 늘어난다. 베이비붐 세대가 다 연금 수령 연령이 되면 수령자는 1000만 명에 가까워진다. 3만 원씩 1000만 명이면 3000억 원이다. 매년이 아니라 매월이다.
게다가 비교하려면 44%와 45%끼리 할 게 아니라 현재의 40%와 해야 한다. 월급이 300만 원이면 소득대체율이 40%에서 44%로 오를 때 연금은 월 120만 원에서 132만 원으로 는다. 12만 원씩 1000만 명이면 매월 1조2000억 원, 매년 14조4000억 원이 더 들어간다.
보험료율은 13%로 올리더라도 소득대체율은 40%로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옳다. 개인은 2%를 더 내면서 더 받는 것은 없으니 불만스럽다. 그러나 이런 방법 말고는 개혁이 가능하지 않다. 사실 보험료율 13%도 모자란다. 안정적으로 연금 제도를 운영하는 선진국을 보면 보험료율을 18%까지 올려야 소득대체율 40% 유지가 가능하다. 일단 13%로 올리고 기회를 봐서 더 올려야 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국회에서 압도적 다수를 차지한 정당의 대표로서 야당이긴 하지만 연금 개혁의 책임을 상당 부분 지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연금 공론화위의 여러 안 중 개혁의 시늉만 낸 기만적인 안을 택해 재빨리 선수를 친 것이다.
이재명에게서 무슨 선한 것이 나오겠는가. 그는 성남시장이 되자마자 모라토리엄(지불 유예)을 선언했는데 전임자를 깎아내리기 위한 사기였다. 또 전임자들이 노력해 판교를 첨단산업단지로 개발해 놓았더니 그 열매로 다른 기초자치단체는 흉내도 낼 수 없는 퍼주기를 했다. 그가 도입한 청년기본소득 같은 정책은 결국 폐지됐으나 부활하자는 목소리는 미미하다.
그가 성남시장 시절 서울까지 와 단식을 한 적이 있다. 경기도의 가난한 시군으로 가야 할 세수가 잘못된 조례로 인해 성남시로 가고 있었기 때문에 행정안전부에서 조례를 시정하도록 했더니 단식으로 저항한 것이다. 기초자치단체 시군 중에서 가장 부유한 단체의 장(長)이 돼서는 탐욕스러운 단식을 한 것이다.
모수 개혁을 일단 하고 구조 개혁을 한다? ‘보험료율 13%에 소득대체율 44%’라는 모수의 토대 위에서는 어떤 구조 개혁을 해도 개혁이 될 수 없다. 이 대표가 그동안 해온 걸 보면 기만적인 모수 개혁의 기회가 오자 선수 치듯 해놓고 대선 때까지 3년간 버틸 속셈이었을 것이다. 그런 걸 호응해 주니 ‘모라토리엄 선언 때 지방에서 통하던 사술(詐術)이 중앙에서도 통한다’고 여기고 있으리라.
갈릴리에서 무슨 선한 것이 나오겠느냐고 예루살렘 사람들은 생각했으나 예외적으로 나오기도 했다. 이 대표가 ‘보험료율 13%에 소득대체율 40%’를 하겠다고 하면 내 잘못된 선입견을 기꺼이 인정하겠다. 그러나 그런 일은 없을 듯. 그의 삶에 자기희생을 감수한 선택은 없었다. 그것이 노무현과 다른 점이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