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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민 “구독제” 쿠팡 “무료배달”… 배달앱 ‘쩐의 전쟁’ 격화

입력 | 2024-05-29 03:00:00

멤버십 올려 실탄 채운 쿠팡이츠
“배민에 도전, 적자도 감수” 파상공세
배민, 구독제로 ‘락인 효과’ 노려
중개 수수료 적어 내부 위기감도




음식 배달 플랫폼 1위인 배달의민족(배민)이 처음으로 멤버십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2위인 쿠팡이츠가 ‘전국 무료배달’이라는 파상공세에 나서자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한 움직임으로 보인다. 멤버십으로 고객을 묶어 두는 ‘락인 효과’를 기대한 것이다. 멤버십 가입 유도를 위해 고객들에게 다양한 혜택을 제공해야 하는 만큼 배민의 출혈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쿠팡이츠가 시작한 배달앱 시장 ‘쩐의 전쟁’이 점점 격화하는 양상이다.

28일 배민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은 이날부터 구독제 서비스인 ‘배민클럽’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배민클럽 표시가 있는 가게의 알뜰배달(묶음배달)은 배달비가 무료고, 한집배달은 배달비 할인을 자동으로 받게 된다. 타 쿠폰 중복 적용도 가능하다. 배민클럽은 수도권과 주요 광역시, 세종시 등에서 이용할 수 있다. 다만 경쟁사인 쿠팡이츠가 전국 무료배달을 선언한 만큼 배민도 무료배달 전국 확대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아한형제들은 “배민클럽은 당분간 체험 기간으로 운영된다”면서 “체험 기간 동안 고객은 별도로 가입하지 않고 무료로 배민클럽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26일 쿠팡이츠는 자금력을 앞세워 무료배달을 전국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쿠팡이츠는 3월 쿠팡 멤버십인 와우회원 대상 무료배달을 시작하면서 서비스 지역을 확대했다. 처음엔 서울 및 수도권, 6대 광역시, 지방 주요 지역 등에서 무료 배달을 진행하다 시행 2개월 만에 전국으로 확대한 것이다.

쿠팡이츠가 이처럼 파상공세에 나설 수 있었던 것은 4월 와우 멤버십 비용을 월 4900원에서 7890원으로 58% 인상하면서 충분한 ‘실탄’을 확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멤버십 비용 인상으로 쿠팡이츠가 배민 대비 월 250억∼350억 원가량 더 많은 현금을 확보할 수 있게 된 것으로 보고 있다. 쿠팡이츠가 과감하게 ‘쩐의 전쟁’을 시작할 수 있었던 이유다. 쿠팡이츠 관계자는 “우리는 적자까지 감수하고라도 배민에 도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커머스에서 영향력이 큰 쿠팡이 든든하게 뒷받침해 주고 있다는 점도 있다. 쿠팡은 1400만 명의 유료 와우 회원을 보유하고 있으면서 회원들에게 쿠팡이츠 서비스를 연계해주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커머스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부수적으로 음식 배달 서비스를 무료로 누릴 수 있다.

배민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일단 멤버십 제도를 시작했지만 아직 체험 기간에 불과한 상황이고 성공 여부를 확신할 수 없다는 위기감도 큰 것으로 알려졌다. 또 쿠팡이츠가 주문 건당 중개수수료로 9.8%를 적용하는 반면 배민은 상대적으로 적은 수수료(6.8%)를 적용하고 있는 점도 고민이다. ‘쩐의 전쟁’이 길어질 수록 배민에 불리한 상황이라는 얘기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음식 배달만으로는 사업의 확장성이 부족한 상황이라 우아한형제들은 B마트나 배민스토어의 퀵커머스, 이커머스 등 커머스쪽으로 사업을 확대해 나가야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며 “쿠팡이츠가 아닌 쿠팡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