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PF 부실에 실적쇼크 맞물려 영업구역 제한도 M&A활성화 걸림돌 “비수도권의 M&A 문호만 넓어져 업계 재편 추가 대책 필요” 지적도
금융당국이 저축은행의 인수합병(M&A)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내놓은 지 10개월이 지났는데도 별다른 성과 없이 저축은행 매물이 쌓여가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과 그로 인한 실적 쇼크까지 맞물리면서 좀처럼 거래가 진전되지 않고 있다. 저축은행 간 합종연횡이 활발히 이뤄져 침체된 업권이 재편될 수 있도록 정부의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지난해 7월 ‘저축은행 합병 등 인가기준 개정방안’을 도입한 이후 성사된 저축은행 매각 거래는 한 건도 없다. 저축은행 간의 M&A를 도모하기 위한 정책이었으나 유의미한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이다.
당시 개정안의 핵심은 비수도권 저축은행에 대해 동일 대주주 영업구역이 확대되더라도 최대 4개의 저축은행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동안은 동일 대주주가 3개 이상의 저축은행을 소유하지 못했고, 영업구역이 다른 저축은행의 합병이 원칙적으로 허가되지 않았다. 현행법상 저축은행의 영업구역은 수도권 2개(서울, 인천·경기)와 비수도권 4개(부산·울산·경남, 대구·경북·강원, 광주·전라·제주, 대전·세종·충청) 등 6개로 나뉘어 있다.
이정환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저축은행의 지배구조와 대주주 특징 등이 모두 제각각인 데다 고금리로 부동산 PF 위험도 상존해 있어 현재 시점에서 저축은행을 인수할 유인이 떨어진다”고 진단했다.
일각에서는 당국 차원에서 저축은행의 영업구역 확대를 막고 있어 M&A가 활성화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수도권 저축은행은 자본비율이 7% 이하로 떨어져 ‘적기시정조치’를 받은 경우에만 동일 대주주가 저축은행을 추가 소유할 수 있다. 회계법인 고위 관계자는 “비수도권 저축은행 간의 M&A만 문호가 넓어져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서 덩치를 키우려는 저축은행들은 정작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비대면 금융이 보편화된 시점에 영업구역을 기준으로 저축은행을 구분짓는 것 자체가 구시대적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