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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 고이케 vs 저격수 렌호… 도쿄 도지사 ‘여성 빅매치’

입력 | 2024-05-29 03:00:00

7월 선거… 현역 우세→예측불허 판세로
고이케, 자민당 탈당 혐한 성향 드러내
렌호 “反자민당 정치 선두 설것” 출사표




일본 수도 도쿄의 수장을 뽑는 올 7월 7일 도쿄 도지사 선거에서 이름값이 높고 각자의 개성 또한 뚜렷한 두 여성 정치인이 맞붙는다. 여성 정치인이 드문 일본 정계에서 보기 드문 ‘빅매치’가 성사됐다.

집권 자민당 출신이었으나 현재 무소속인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72) 현 지사는 이번 선거에서 3선에 도전한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의 대만계 렌호(蓮舫·57) 참의원(상원) 의원이 도전장을 냈다. 렌호 의원은 27일 기자회견에서 고이케 지사와 비자금 논란에 휩싸인 자민당을 떼놓고 생각할 수 없다며 “자민당에 일조하는 고이케 지사의 체제를 무너뜨리겠다. 반(反)자민당 정치의 선두에 서겠다”는 출마 포부를 밝혔다. 자민당은 후보를 내지 않았다.

9선 의원 출신인 고이케 지사는 자민당 소속으로 환경상, 방위상 등을 역임했다. 2012년 자민당 총재(총리) 선거 때 아베 신조(安倍晋三) 당시 총리의 반대파를 자처했다가 당내에서 입지가 좁아지자 탈당했다. 2016년 도지사에 당선됐고 4년 후 재선했다.

고이케 지사는 임기 초 직접 만든 지역정당 ‘도민퍼스트회’를 통해 도쿄도 의회 선거에서 자민당보다 우수한 성적을 냈다. 이를 바탕으로 한때 최초의 여성 총리감으로도 거론됐다. 다만 역시 자신이 만든 전국정당 ‘희망의 당’이 2017년 총선에서 패한 뒤 도정에 전념했다. 제2 한국학교 건립을 백지화시켰을 뿐 아니라 1923년 간토 대지진 추도문 송부를 거부하는 등 혐한 성향을 드러내는 우익 정치인으로 꼽힌다.

렌호 의원은 4선 의원 출신으로 대만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젊은 시절 광고 모델, TV 앵커를 할 만큼 화려한 외모로 주목받았다. 민주당 집권 당시 행정쇄신담당상을 지냈다. 국회에서 자민당을 강하게 공격하는 ‘저격수’로도 명성을 날렸다.

이번 선거에서는 당초 ‘현역 프리미엄’을 지녔을 뿐 아니라, 안정을 추구하는 일본 유권자의 특성상 고이케 지사의 3선이 유력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그러나 유명 여성 정치인 간 대결 구도로 바뀌면서 결과 예측이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집트 카이로대를 졸업했다고 주장하는 고이케 지사의 학력 위조 의혹 또한 가라앉지 않고 있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