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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채 상병’ 기록 회수 당일 이종섭과 3차례 통화

입력 | 2024-05-29 03:00:00

휴대전화로 모두 18분 동안 통화
공수처, 통화 이후 사건 회수 판단
첫통화 34분뒤 박정훈 보직해임 통보
李측 “사단장 빼라는 내용은 없어”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공동취재) 2024.3.28/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해병대 수사단의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조사 결과가 경찰로 이첩된 날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3차례에 걸쳐 직접 전화를 건 것으로 파악됐다. 채 상병 순직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윤 대통령이 이 전 장관에게 전화를 건 이후 국방부가 조직적으로 나서 경찰로 넘겼던 사건을 회수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28일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 측이 항명 혐의 군 재판에서 확보한 통신 기록 조회 결과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해 8월 2일 낮 12시 7분과 12시 43분, 12시 57분 등 3차례에 걸쳐 이 전 장관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 각각 4분 5초, 13분 43초, 52초간 통화가 이뤄졌다. 윤 대통령이 첫 전화를 걸기 18분 전인 오전 11시 49분에는 조태용 당시 국가안보실장(현 국가정보원장)이 이 전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2분 40초간 통화했다.

앞서 같은 날 오전 10시 30분부터 11시 50분까지 해병대 수사단은 임성근 당시 해병대 1사단장 등 간부 8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경북경찰청에 이첩한 상태였다. 이 전 장관은 이런 상황을 보고받은 상태에서 윤 대통령의 전화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과 이 전 장관이 첫 통화를 마친 지 34분 후인 낮 12시 45분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은 박 대령을 불러 보직 해임을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이날 오후 1시 50분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은 경북경찰청에 전화해 사건 회수에 대해 노모 수사부장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오후 2시 40분 국방부 군 검찰단이 내부 논의를 거친 다음 항명 혐의로 박 대령을 입건한 뒤 사건을 경찰로부터 회수해 오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국방부 군 검찰단은 이날 오후 7시 20분 경북청에서 사건을 회수했다.

특히 이 전 장관은 지난해 7월 31일 해병대 수사단이 수사 결과 언론 브리핑을 취소하기 직전에도 대통령실 유선전화로 걸려온 전화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오전 11시 54분경 ‘02-880’으로 시작하는 대통령실 일반 전화를 받아 168초 동안 통화한 것이다. 이 전 장관은 이 통화를 마치고 오전 11시 57분 김 사령관에게 브리핑 취소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 기록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해 8월 8일에도 이 전 장관에게 전화를 걸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 날 국방부는 이 사건에 대해 국방부 조사본부에 재검토를 맡겼다.

이 전 장관은 지난해 9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해 대통령과의 통화 여부를 묻는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의 질의에 “이 건과 관련해서 통화한 게 없다”고 답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이 전 장관 측 변호인은 28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전 장관은 ‘사단장을 빼라’는 내용의 통화를 하신 적이 없다는 뜻이지, 채 상병 사건 자체와 관련된 통화를 한 적이 없다는 의미는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구민기 기자 k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