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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선재 앓이’로는 부족해” 팝업스토어 새벽 오픈런에 북새통

입력 | 2024-05-29 03:00:00

드라마-영화 팝업 마케팅 인기
호기심 불러 홍보 효과도 톡톡



tvN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 홍보 팝업존 방문객들이 사진을 찍기 위해 몰려 있는 모습이다. 이 팝업존은 매일 1000명 입장 제한을 두고 있어 새벽부터 대기한 팬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CJ그룹 제공


“어제 저녁 9시에 와서 길바닥 노숙하면서 기다린 분들도 있대요. 저는 아침 8시 좀 넘어서 도착했는데 대기 600번대예요.”

최근 서울 영등포구 더현대서울 입구는 백화점 개장 전부터 ‘선재 앓이’ 중인 사람들로 북새통이다. 23일부터 백화점 지하 2층에서 운영되고 있는 tvN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의 스페셜 팝업존 때문이다. 매일 1000명으로 입장 인원을 제한하면서 아침마다 입구부터 200m 넘게 긴 줄이 늘어선다. 심지어 전날 밤 백화점 외부 입구에서 돗자리를 깔고 노숙하는 팬들도 있다. ‘오픈런’을 노리고 24일 오전 7시에 집을 나섰지만 당일 오후 3시까지도 팝업존에 들어가지 못한 박희영 씨는 “오픈 2시간 만에 에코백, 티셔츠 등은 품절됐다고 한다”며 울상을 지었다.

같은 백화점 5층에서는 다음 달 12일 개봉하는 영화 ‘인사이드 아웃2’ 팝업존이 관람객맞이 준비에 한창이었다. 약 727㎡(약 220평) 규모의 거대한 이 팝업존은 영화 속 주인공 사춘기 소녀 라일리의 머릿속 세계를 그대로 옮겨왔다. 영화에 등장하는 분홍색 생각 기차를 타고 팝업존 안으로 들어가자 ‘감정 컨트롤 본부’가 눈앞에 펼쳐졌다. 따분함을 타파하기 위한 두드리기 게임과 불안을 극복하는 외길 건너기, 당황한 마음을 감싸 안아주는 포근한 대형 인형까지 관람객이 직접 체험하며 영화 속 세계관을 직접 경험해 볼 수 있도록 했다. 다음 달 9일까지 사전 예약을 받았는데 모두 오픈 직후 마감됐다.

최근 영화·드라마 콘텐츠를 홍보하는 대규모 팝업존이 인기를 끌고 있다. 과거에는 팝업존이 영화관 입구에 작게 포토존을 꾸며놓거나 콘텐츠 관련 굿즈를 판매하는 데에 그쳤지만, 자금력을 갖춘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측이 마케팅의 일환으로 팝업존을 활용하면서 스케일이 커진 것.

디즈니코리아는 이달 10일부터 성동구 성수동의 2층 규모 건물을 빌려 드라마 ‘삼식이 삼촌’ 팝업존을 운영 중이다. 넷플릭스 역시 지난달 드라마 ‘기생수: 더 그레이’ 홍보를 위해 서울 강남구 강남역 11번 출구에서 대규모 체험존을 열었다. 드라마 속 콘셉트와 공간을 그대로 재현해 이미 시청한 사람들에게는 여운을 주고, 아직 콘텐츠를 접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호기심을 불러일으켜 드라마 시청으로 이어지게 하려는 전략이다. 적게는 수천만 원, 많게는 수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지만 팝업존 방문객들을 통한 온라인 홍보 효과까지 감안하면 제작비가 많이 들어간 중요 콘텐츠에는 시도해 볼 만한 마케팅 수단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tvN 관계자는 “시청 유도를 넘어 팬들에게 여운을 줌으로써 콘텐츠 수명을 늘리려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소비자가 콘텐츠와 관련된 경험을 확장할 수 있도록 팝업존 등 다양한 시도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