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이탈 100일] 전공의 빈자리에 공보의 파견 늘며 전남지역 보건소 과반 의사 없어 공보의 수, 9년새 절반으로 줄어… “의대생 유급땐 내년 더 심각할것”
27일 전남 완도군 신지도 보건지소에서 공보의 최영진 씨가 약산도 보건지소를 방문한 환자를 비대면으로 진료하고 있다. 약산도에는 주민 2200여 명이 거주하지만 상주 공보의가 없다. 완도=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아침에 일어났는데 허리가 아프네요. 예전에 수술했던 부위인데….”
27일 오후 전남 완도군 신지도 보건지소 진료실. 공중보건의사(공보의) 최영진 씨(30)는 모니터 화면을 통해 환자 한모 씨(74)의 설명을 들으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최 씨는 환자에게 아픈 부위와 평소 복용하는 약 종류 등을 물었고 약산도 보건지소 간호사가 잰 혈압과 맥박 결과를 살핀 뒤 약을 처방했다. 두 섬은 연결돼 있지만 한 씨가 대면 진료를 받으려면 차량으로 23km가량을 가야 하는 탓에 이날 비대면 진료를 활용한 것이다.
● 전남지역 보건소 과반 “의사 없어”
실제로 전남의 경우 전체 보건소와 보건의료원, 보건지소 237곳 중 절반인 120곳에 공보의가 상주하지 않는다. 또 265개의 섬이 있는 완도군에는 보건지소 12곳이 있는데 이 중 4곳에 상주 공보의가 없다.
전남도는 공보의가 없는 지역 환자들이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화상 진료 시스템을 정비해 이달 초 운영을 시작했다. 이날 약산도 보건지소에서만 환자 3명이 최 씨로부터 비대면 진료를 받았다.
다만 한계도 있다. 비대면 진료는 감기 등 가벼운 증상이 있는 환자와 재진 환자 위주로 이뤄진다. 환자의 상태를 정확하게 살피는 것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비대면으로는 진료가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순회 진료 등 대면 진료가 가능할 때 다시 보건지소에 방문하라고 안내하기도 한다. 이날도 환자 정모 씨(79)가 “처방 약이 너무 많아 어떤 약을 얼마나 먹어야 할지 고민”이라고 하자 최 씨는 “내일(28일) 다른 공보의가 순회 진료로 약산도 보건지소를 방문하니 갖고 있는 약을 모두 들고 다시 방문해 달라”고 했다.
● “보건소 비대면 진료 상시 허용을”
이는 의대 졸업생들이 공보의보다 기간이 짧은 일반 사병 복무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공보의는 기초군사훈련 기간까지 합치면 복무 기간이 37개월에 달해 일반 사병(18개월)의 배 이상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전공의 수련을 시작한 경우 공보의나 군의관으로 병역 의무를 마쳐야 하지만 수련 전이면 현역병으로 입대할 수 있다.
공보의 급여가 월 200만 원대에 불과하다 보니 군복무를 빨리 마치고 개원하는 게 경제적으로 이득이라고 보는 의대 졸업생도 많다. 과거에 비해 의대에 진학하는 여성이 많아진 것도 공보의 감소에 영향을 미친 요인 중 하나다. 최 씨도 “병사 복무 기간이 지속적으로 줄어든 반면 월급은 100만 원 이상으로 올라 사병 복무가 낫다고 생각하는 후배들이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라고 했다.
의료계에선 현 상황이 이어질 경우 내년에 문제가 더 심각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의대 수업 거부가 장기화되면서 내년 초 졸업 예정이었던 의대생들이 대거 유급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남 지역의 경우 현재 공보의 229명이 근무 중인데 76명(33%)은 내년 3월 말 소집해제 예정이다. 문권옥 전남도 건강증진과장은 “공보의 부족 현상을 조금이라도 해소하려면 한시적으로 허용된 보건소 비대면 진료를 상시 허용하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