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밤 발사 2분만에 공중서 폭발
합동참모본부는 28일 북한이 전날 밤 쏜 군사정찰위성이 폭발하는 장면을 공개했다. 합동참모본부 제공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새로 개발한 액체산소+석유발동기(엔진)의 동작 믿음성에 사고의 원인이 있는 것으로 초보적인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지난해 1, 2차 발사 실패 당시와 달리 이번엔 추가 발사 일정을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북한이 발사 실패 원인 규명부터 난항을 겪고 있는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우리 군은 북한이 쏜 발사체가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발사 2분 만에 공중 폭발해 산산조각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공개했다. 군 관계자는 “발사 지점에서 수십 km 이내에 다수 파편이 발생했다”며 엔진 연소 계통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北, 누리호처럼 ‘민간 활용’ 엔진 사용… “정당한 우주활동 포장”
北, 정찰위성 실패
지난해 1호 때와 전혀 다른 엔진… 軍 “극저온 추진제 유입중 누설추정
원인 규명에 최소 수개월 걸릴수도… 어떤 엔진 써도 안보리 결의 위반”
지난해 1호 때와 전혀 다른 엔진… 軍 “극저온 추진제 유입중 누설추정
원인 규명에 최소 수개월 걸릴수도… 어떤 엔진 써도 안보리 결의 위반”
군 당국과 전문가들은 발사 직후 1단 엔진 내부의 배관 등에서 추진제(연료+산화제)가 유출되는 등 이상이 생기면서 발사 1, 2분 만에 공중 폭발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북한이 러시아 기술진의 도움으로 영하 183도의 액체산소를 산화제로, 케로신(등유 일종)을 연료로 사용한 신형 엔진을 제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액체산소와 케로신을 섞은 ‘극저온 추진제’를 사용하는 엔진은 한국형 발사체(누리호)를 비롯해 많은 나라에서 쓰고 있다. ‘민수용’ 위성 발사체로 활용하고 있는 것. 특히 러시아는 액체산소와 케로신 추진제를 활용한 우주발사체 개발 분야에서 앞서 있다. 우리가 나로호·누리호 엔진 등을 만들 때도 러시아와 기술 협력을 한 바 있다.
앞서 북한에서 ‘액체산소-케로신’ 조합을 활용한 엔진을 쓴 적은 없다. 북한은 지난해 세 차례 위성 발사체에 상온에서 보관·유지할 수 있는 연료(비대칭 디메틸히드라진·UDMH)와 산화제(질산 계열)를 사용했다. ‘상온 추진제’는 극저온 추진제보다 비추력(比推力)이 떨어진다. 비추력은 같은 양의 연료로 얼마나 큰 추력을 내는지를 의미하는 것으로, 연비와 비슷한 개념이다. 군 관계자는 “자동차로 치면 가솔린과 디젤 엔진의 차이만큼 전혀 다르다”고 했다.
극저온 환경을 견디는 발사체 제작에는 고난도 기술이 요구된다. 액체산소와 케로신 간 섭씨 200도 안팎의 온도 차를 견디면서 엔진 내부로 추진제(연료+산화제)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터보펌프 기술 등이 대표적 사례다. 발사체 내부의 탱크와 압축기, 밸브 등 부품의 내구성도 훨씬 강해야 한다. 지상에서 발사 전 액체산소를 유지 관리하는 데도 상당한 시설·장비가 필요하다. 그런 만큼 러시아가 이번에 관련 기술이나 부품을 지원했지만 북한이 이를 온전히 소화하지 못해 실패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조광래 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은 “발사 직후 극저온 추진제가 엔진으로 유입되는 과정에서 밸브와 배관 등이 수축 팽창되면서 누설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 軍 “어떤 엔진 사용해도 안보리 결의 위반”
북한이 지난해 11월 발사한 ‘천리마-1’형. 뉴시스
탄도미사일에 사용되는 기존 엔진보다 기술적으로 더 진보한 액체산소 계열 엔진을 사용함으로써 자신들의 위성 발사가 정당한 우주 활동임을 선전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군 당국자는 “북한이 어떤 엔진을 사용해도 탄도미사일 기술을 활용하는 점에서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에 해당된다”고 했다.
북한은 지상의 원격자료수신장비(텔레메트리)를 통해 공중폭발 전까지 확보된 발사체의 1단 엔진 상태 등 관련 데이터를 정밀 분석해 실패 원인을 분석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북한이 28일 발사 실패 원인에 대해 “초보적인 결론에 도달했다” “기타 원인으로 될 수 있는 문제점도 심의할 것”이라고 밝힌 점에서 원인 규명에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군 관계자는 “발사 실패 원인 규명이 지체될 경우 김정은이 예고한 올해 안에 정찰위성 3기 발사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최소 수개월 이상 소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여전히 북한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진 러시아 기술진이 추가로 기술을 이전하면 그 기간이 앞당겨질 가능성도 있다. 특히 러시아가 아예 엔진 완제품을 제공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