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으로 막내린 21대 국회] 野주도 직회부한 5개 법안 강행… 21대 국회 막판까지 ‘입법 독주’ 尹, 오늘 각의서 거부권 행사할듯… 해당 법안 재표결 없이 자동 폐기
與 퇴장속 처리 28일 국회에서 열린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안’이 재석 161인, 찬성 161인으로 통과됐다.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주도로 본회의에 직회부된 법률안 처리에 반대하며 표결에 불참했다. 사진은 비어 있는 국민의힘 의원석.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28일 열린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운동권 셀프 특혜법’ 논란이 불거진 ‘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안’을 비롯해 야당 주도로 본회의에 직회부한 법안 4개를 단독 처리했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유도해 또다시 탄핵을 외치려는 전략”이라고 반발하며 표결에 불참했다. 이날 통과된 일부 법안들에 대해 대통령실은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시사했다. 21대 국회 막판까지 ‘거야(巨野)’의 입법 독주에 윤 대통령이 거부권으로 맞서는 강 대 강 대치의 악순환이 이어진 것이다.
법제처에 따르면 이날 민주유공자법과 전세사기특별법 등 야당 단독으로 처리된 법안 5개가 곧바로 정부로 이송됐다. 21대 국회 마지막 날인 29일 임시 국무회의가 열릴 예정이다. 이날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이 법안들은 재표결 절차 없이 자동 폐기된다.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21대 국회 재의요구안을 22대 국회에서 의결할 수 없다.
● 정부 여당 “대통령에 거부권 건의”
여야 간 쟁점이 가장 큰 민주유공자법은 4·19혁명과 5·18민주화운동 이외 민주화운동 관련자와 가족에게까지 지원을 확대하게끔 한 법이다. 민주당은 “민주화운동을 위해 희생, 공헌한 사람과 가족에 대한 합당한 예우”라는 입장인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 주류인 운동권들을 위한 셀프 특혜법”이라고 반대해 왔다.
담당 정부 기관인 국가보훈부는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 행사를 건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보상 가능한 사건에는 경찰 7명이 사망한 부산 동의대 사건과 서울대생들이 민간인을 감금·폭행한 서울대 프락치 사건, 북한과 실제 연계됐다는 의혹을 받는 남민전 사건 등이 포함돼 있다는 것이 보훈부의 우려다. 보훈부는 “정권 또는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민주유공자 결정이 가능하다”며 “국가보안법 위반자도 유공자로 인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통과된 농어업인 대표 조직 설립의 법적 근거를 마련한 농어업회의소법과 한우산업 발전을 위해 농가를 지원하는 한우산업지원법에 대해서도 국민의힘은 각각 농어업단체의 관변(官邊)단체화 우려, 타 산업과의 형평성 문제 등을 들어 반대했다. 세월호 참사 피해자의 의료비 지원 기한을 5년 연장하는 내용의 세월호피해지원법에 대해서도 숙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법안 처리 직후 “거부권 행사를 건의할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실도 “여당이 거부권을 건의하면 존중하겠다”며 민주유공자법 등 이날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들에 대한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열어뒀다.
‘선(先)구제 후(後)보상’ 방안을 담은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도 이날 범야권 주도로 국회 문턱을 넘었다. 개정안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이 전세사기 피해 주택의 보증금 반환 채권을 먼저 매입한 뒤 임대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본회의 통과 직후 브리핑을 열고 “(야당의 개정안은) 일반 국민에게 악성 임대인의 채무를 전가하는 것과 다름없음에도 충분한 협의와 사회적 공감대가 없었다”며 “(윤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을 제안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