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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2~3학년, 예민한 시기인데… 윗집 발소리로 ‘스위트홈’이 아니라 ‘전쟁터’ [층간소음 이렇게 푼다]

입력 | 2024-05-29 10:00:00


층간소음 피해 유형을 단일 사안으로 봤을 때 가장 큰 것이 ‘윗집’의 ‘발망치’소리 입니다. 어른 아이들이 뛰거나 걷는 소리가 아래집에 쿵!쿵! 울리는 소음입니다. 만약 윗집에서 주요 동선에 매트를 깔거나, 슬리퍼를 신거나, 살살 걷는 등 조금만 성의를 보여줘도 소음 진동이크게 줄어들 수 있는데 그것을 잘 안해서 큰 문제로 발생하곤 합니다.

대부분은 자신들이 안 당해봐서, 당하고 있는 사람들의 고통이 얼마나 큰 지 잘 모르기 때문입니다. 당사자끼리직접 부딪히면 감정이 격해져 해결은커녕 부작용이 더 클 위험 소지가 있습니다. 이때는 일단 관리사무소나 층간소음관리위원회에 중재 혹은 해결책을 요청하는 게 현명합니다. 아래 사례는 실제 있었던 사례입니다. 층간소음으로 고민하시는 분이 있으면 메일(kkh@donga.com)로 연락 주시면 전문가들과 상의해 해법을 찾아보겠습니다.




#사례: 관리소가 하루두 차례 주의방송만 했을 뿐인데…지옥같던같던 집이 살만한 집으로 부산 A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주부입니다. 얼마 전까지도 층간소음으로 하루하루를 지옥같이 보냈습니다. 지금 저희 가족들은 운 좋게도 이런 전쟁터에서 빠져나왔습니다. 사연은 이렇습니다.

저희 집에는 중2, 중3 자녀가 있고, 윗집에는 초등학교 2학년 남자애가 살고 있습니다. 매일 늦은 밤까지 애 우는 소리, 위층 아저씨의 고함소리와 발망치 소리, 아이 뛰어 다니는 소리로 너무 힘들었습니다. 우리 식구 모두 집에만 오면 편한 것이 아니라 짜증을 내는 전쟁터와 같은 집이었습니다.

아침에는 어른 발걸음으로 신경이 곤두섭니다. 하루는 아침에 남편, 아이들 모두 내보내고 세탁기를 돌리고 있는데 ‘쿵’ 하는 무너질 듯한 소리가 나서, 세탁기에 문제 있나 하고 부리나케 다용도실 문을 열기도 했습니다. 멀쩡히 움직이길래 안도하고 무슨 소리지 하는데 갑자기 또 ‘쿵,쿵,쿵,쿵’ 하는 소음이 들리는게 윗집 아주머니가 걷는 발걸음 소리인 듯 했습니다. 집에서 뛰는건지 뭘 하는건지 쿵쿵대는 소리는 도무지 줄어들지 않아 참다 못해 관리소에 민원을 했습니다.

관리소장님도 끝까지 이야기 들어주시고, 윗집에 이야기를 해주시겠다고 하였습니다. 다행히 민원 후에 아이가 쿵쿵대는 소음과 고함소리는 다소 준 듯했습니다. 하지만 얼마 못 가 또 쿵쿵대며 무너질 듯이 걷는 소리가 나서 이번에는 위층에 직접 연락해 “조용히 좀 걸어달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알겠다”고 하더니 바로 전화를 끊길래, 한동안은 그래도 좀 조용하겠지 싶었지만 역시나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낮에만 나는 소리면 어떻게든 외출을 해서라도 벗어나 보겠는데, 밤부터 자정까지 쿵쿵대니, 집에 와서도 정말 불안하고 불편하고, 가족들도 짜증내고 쿵 소리만 나면 다들 예민해지고 엄한 가족한테 짜증까지 내게 됩니다.

우연히 관리소장님을 엘리베이터에서 만나게 되어 상황을 설명하니, “보통 일이 아닌 것 같다”며 층간소음 예방 방송을 하루에 2번 이상 해야겠다 했습니다. 바로 주민들 동의를 구하고 그 뒤로 1일 2회 점심 전, 오후 6시 즈음 층간소음 방송을 하기로 했습니다. 처음에는 윗집의 아이와 어른이 쿵쿵대는 소리, 고함치는 소리에 짜증이 나는 와중에 안내 방송까지 나오니, 여러모로 적응이 필요했는데, 며칠 지나니 체감상 쿵쿵대는 소리와 고함치는 소리가 준 듯합니다. 반복해서 안내 방송을 하니까 경각심이 들었는지 혹은 쿵쿵 걷다가 놀라서 주의해야겠다는 인식이 박힌 것인지, 예전만큼 수시로 쿵쿵대지 않습니다. 저만 느낀 게 아니라, 저녁에 가족과 밥을 먹고 있으면 들리던 쿵쿵 소리가 점차 들리지않아 가족끼리도 놀라워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밥 먹다가도 고함치는 소리와 쿵쿵대는 소리에 딸들이 기겁을 하고 놀라서 밥 먹다 말고 숟가락 내려 놓은 적이 한 두 번이 아닌데, 이제는 불안하지 않게 가족이 평온히 식사할 수 있습니다.

층간소음으로 별 짓을 다해도 성의없는 대답과 줄어들지 않는 층간소음이었는데, 관리소와 관리소장님의 도움으로 꾸준히 반복적으로 층간소음 주의 방송을 하니 이웃의 소음이 줄어들어서 아주 만족하고 있습니다. 층간소음 주의 방송은 꾸준히 3개월 넘게 진행하고 있으며, 간혹 관리소장님께서 방송을 못 하시면 관리소 직원분들이 돌아가며 진행하고 있습니다. 관리소의 역할이 정말 컸고, 다행히 아파트 주민들도 마음이 통해 이렇게 진행될 수 있어서 감사할 뿐입니다. 층간소음 경각심을 깨닫기에는 지속적인 층간소음 주의, 예방 방송 또는 계속 주의하라는 포스터 등을 노출 시키는 게 좋은 방법인 듯합니다.



차상곤(주거문화개선연구소장)의‘실전 팁’아파트 빌라의층간소음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아파트 살면서 그 정도는 참고 살아야지”라고 하면 한결같이 하는 말이 있습니다. “안 겪어 본 사람은 이지옥과 같은 고통 모른다”는 것입니다. 그 피해는 심각하며, 그로 인해 폭행 살인 등 대형 사건으로 확대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관리소(또는 층간소음관리위원회)에민원을 접수하고, 현장방문과 정기적인 방송을 시작한다고 층간소음이 완전히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위 사례처럼 거주자들의 인식전환으로 인해 상당한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한창 공부를 해야하는 자녀들이 있는 집은 자녀들에게 적절한 귀마개를 사다주어서 착용케 하는 것도 층간소음 저감에 좋은 방법입니다. 귀마개로 소음이 완전하게 차단되는 것은 아니지만, 소음을 줄여주어 심적인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김광현 기자 kk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