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최근 공공수영장 ‘노 시니어 존’ 도입 주장이 제기 돼 파장을 일으켰다. 충북 제천의 한 공공 수영장에서 67세 이용자가 수영 도중 의식을 잃어 응급치료를 받고 깨어나는 사고가 발생했는데, 이를 계기로 일부 시민이 “물속에서 소변을 보는 노인들이 있다”며 이들의 출입을 제한해야 한다고 온라인에서 목소리를 높인 것.
제천시는 “노인이라 이용시간을 제한하는 것은 무리”라며 논란을 정리했다.
‘노 시니어 존’을 외친 사람들은 과연 떳떳할까.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2017년 캐나다 앨버타 대학교의 연구에 따르면 공공 수영장에는 평균 75리터(ℓ)의 소변이 섞여 있다. 연구진은 탄산음료나 베이커리 제품과 같은 가공식품에 자주 사용하는 인공 감미료인 아세설팜 칼륨(ACE) 농도를 측정하여 수영장에 얼마나 많은 소변이 포함되었는지 파악했다. ACE는 화학적으로 안정적이어서 소화 후에도 그대로 남아있다.
50만ℓ(길이 25m, 6레인, 깊이 1.4m의 동네 수영장에는 대략 53만ℓ의 물이 들어 있다)의 수영장에는 평균 32ℓ, 100만ℓ 규모(올림픽 규격 수영장의 절반 크기)의 수영장에는 90ℓ 가까운 소변이 섞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도로 따지면 각각 0.0064%와 0.009%에 해당한다.
수영장 물에 섞인 오줌은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지난 달 미국에서는 “수영장에서 소변을 보면 심장과 폐에 위험하다”라는 페이스북 게시물이 관심을 끌었다. “소변과 염소(수영장 소독을 위해 첨가하는 성분)가 결합하면 위험한 화학물질이 생성되며 그 중 하나인 염화시안은 화학작용제(독성 화학제)로 분류되며 심장과 폐에 손상을 줄 수 있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USA투데이에 따르면 이 주장은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소변이 염소와 결합하여 내부 장기에 해를 끼칠 수 있는 유독 화학물질을 생성한다고 확인했다. 하지만 그 양에 따라 위험 수준이 달라진다. 제한된 노출로 인해 심각한 건강 문제가 발생할 확률은 낮다는 것이다.
2014년 ‘환경과학기술’ 저널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소변의 요산 성분이 수영장 물의 염소와 결합하여 유독한 염화시안과 트리클로라민을 생성한다. 염화시안을 흡입하면 폐와 심장 및 중추신경계를 포함한 여러 기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트리클로라민은 급성 폐 손상과 관련이 있다. 미국 국립 보건원(National Institutes of Health)에 따르면 염화시안은 실제 화학무기로 사용된다.
해당 연구의 공동저자인 어니스트 블래츨리 미국 퍼듀 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는 최근 USA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액체에서 공기 중으로 빠져나간 이 두 가지 화합물을 인간이 흡입하게 된다”며 “이들 화합물은 호흡기 계통의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다른 기관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노스웨스턴 대학교의 루드밀라 아리스틸드 토목·환경 공학과 교수는 수영장 주변 공기에 이들 독성 물질이 얼마나 포함 돼 있는지는 추정할 수 있을 뿐이라며 수영장 물에 녹아있는 화학 물질과 소변의 조합은 위험하지만, 한 번 노출된 후 급성 반응을 보이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
그는 “어마어마한 고용량 노출이 있거나 오염 물질의 독성이 매우 강해서 아주 적은 양으로도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지 않는 한, 오염 물질의 일회노출이 급성 독성 효과를 일으키는 경우는 드물다”고 설명했다.
아리스틸드 교수는 독성 화합물이 바람을 통해 빠져나갈 수 있는 야외 수영장 사용을 권고하며 위생상태가 열악할 확률이 높은 혼잡한 수영장은 피하라고 조언했다. 만약 사용할 경우 수영 시간을 30분 이내로 제한 것이 바람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