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1999년 11월 여전히 아시아 외환위기 후유증으로 시달리던 필리핀 마닐라에서 아세안 정상회의에 참석한 한일중 3국 정상이 의기투합한 지 올해로 25년이 됐다. 3국 간 정상회의 출범을 계기로 우리나라는 일본과 중국 모두와 통화스와프를 체결해 외환 관리 여건을 개선했다. 이러한 3국 간 금융협력은 이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한일중 3국이 시장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리고 세계가 공급망 불안, 보호무역주의 확산, 기후변화 심화 등 복합위기에 직면해 있는 2024년 3국 정상들이 4년 반의 공백을 딛고 다시 한자리에 모였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3국은 글로벌 복합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기업들에 개방적이며, 투명하고 예측가능한 경영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고 세계무역기구(WTO) 등 규칙에 입각한 다자무역체제를 지지하면서 역내 교역투자 확대를 위해 한일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재개에 합의했다. 글로벌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경제 분야에서 협력하고 다층적인 인적 교류, 저출산·고령화, 디지털 전환 등에 있어서도 미래지향적으로 협력할 것을 천명했다.
특히 3국 정상 모두 한일중 FTA 협상 재개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3국 간 경제통합을 목표로 2013년부터 개시된 3국 FTA 협상은 코로나19 등으로 중단됐지만 이번 정상회의를 계기로 재점화됐다. 한일중 FTA라는 플랫폼을 통해 3국은 교역의 개방성을 확보하고 안정적이고 회복력 있는 공급망 관리를 도모하는 한편 기후변화에 대해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한일중 FTA가 출범한다면 국제통상체제에서 동아시아 경제블록이 북미, 유럽에 뒤지지 않는 중요한 기둥 역할을 할 것이다.
코로나19 위기를 거쳐 초유의 지경학적 위기에 직면한 한일중 3국의 정상들은 비록 다른 언어지만 같은 뜻으로 공동 협력만이 동아시아 그리고 나아가 국제사회 번영을 달성하는 길이라는 점을 일깨워줬다. 25주년을 맞아 초심을 되새긴 정상들의 의지를 발판으로 3국 간 경제협력이 한 단계 성숙하는 계기를 마련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