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 탄소중립 목표에 SAF시장 ‘쑥’… 올 생산량, 작년의 3배로 늘어날듯 美-EU 등 주요국 시장 선점 속… 韓은 생산시설 짓는 중, 한발 늦어 일각선 “원료 공급 한계” 지적도
항공산업에 친환경 바람이 불면서 지속가능항공유(SAF)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기 시작했다. 이를 선점하려는 주요국과 대형 석유회사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탄소중립 비행을 향한 기대가 커지지만, 원료 공급이 한계로 지적된다.
● 탄소중립 비행의 유일한 대안
지난해 11월 영국 항공사 버진애틀랜틱은 폐식용유로 만든 SAF를 넣은 항공기로 대서양 횡단 비행에 성공했다. 세계 최초의 100% SAF를 이용한 장거리 비행이었다. 치킨 튀긴 기름으로 비행기를 띄우는 시대는 이미 현실이다.
SAF가 항공업계에 처음 등장한 건 2008년. 여전히 항공연료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1%밖에 되지 않는다. 일반 항공유의 3∼5배에 달하는 가격이 걸림돌이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상황이 달라졌다.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2.5%를 차지하는 항공 부문도 2050년 탄소중립이란 목표를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기 항공기는 배터리 무게 때문에 장거리 비행이 불가능하고, 수소 항공기는 수소 생산·보관·충전 인프라 구축에 돈과 시간이 많이 든다. 반면 SAF는 엔진 개조 없이 모든 항공기에 넣을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다. 기존 항공유와 섞어 쓸 수도 있다. 탄소중립 비행으로 가기 위한 유일한 대안으로 SAF가 떠오른 이유다.
● 미국은 보조금, EU는 의무화
유럽연합(EU)은 내년부터 공항에서 이륙하는 항공기에 SAF를 일정 비율 이상 혼합하도록 의무화한다. 이 비율은 2%로 시작해 2030년 6%→2035년 20%→2050년 70%로 올라간다. EU혁신기금을 통해 SAF 생산시설 건설도 지원한다. 일본과 싱가포르, 영국 역시 1∼10%의 SAF 혼합 의무화 계획을 발표했다.
한국은 올 1월에야 국내 정유사가 SAF를 생산할 수 있도록 석유사업법을 개정한 상황. 국내 정유업계는 생산시설을 구축하는 중이다. 영국의 BP와 셸, 프랑스 토탈에너지스, 미국 셰브런·필립스66 같은 메이저 정유사가 SAF를 생산 중인 것과 비교하면 한발 늦었다.
● 폐식용유·옥수수가 모자랄 판
SAF가 전 세계 항공과 정유업계의 뜨거운 관심사인 건 분명하지만 뚜렷한 한계도 있다. 원료 공급을 무한정 늘릴 수 없단 점이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1년에 나오는 폐식용유는 60만 t 정도다. 이를 모조리 SAF 생산에 투입해도 미국 항공연료 수요의 1%밖에 채우지 못한다. 바이오에탄올을 원료로 쓰는 경우엔 옥수수 키울 땅이 문제다. 영국 가디언은 “영국이 항공연료를 (옥수수 기반 SAF로) 완전히 대체하려면 모든 농경지의 50%를 포기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애란 기자 har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