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는 단순한 복권 명칭이 아니라 ‘인생역전’의 대명사다. 과거엔 주말 인사로 “월요일에 회사 안 나오면 로또 된 줄 알아라”고 하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이젠 로또 1등이 돼도 회사를 그만두긴 쉽지 않다. 올해 21차례 로또 1등 당첨금은 1개당 평균 20억3300만 원, 세금을 제외하면 손에 쥐는 건 14억 원 정도다. 평균 12억 원인 서울 아파트 한 채 사면 끝이다. 이젠 1등 당첨금액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에 최근 정부도 “의견을 수렴해 볼 이슈인 것 같다”고 응답했다.
▷한국에서 로또는 2002년 12월부터 시작됐다. 처음에는 한 게임당 2000원이었고, 5회까지 당첨금 이월이 가능하도록 했다. 하지만 7∼9회 차 1등 주인을 못 찾으면서 한 주에 2600억 원이 팔릴 정도로 광풍이 일자 2003년 2월부터 이월을 2회로 제한했다. 2003년 4월 약 407억 원의 역대 최고액 당첨금이 나오자 사행성을 우려한 정부는 2004년 8월부터 게임당 1000원으로 가격을 낮췄고, 이후 20년 동안 구조가 크게 바뀌지 않고 있다.
▷로또 당첨금이 20년째 평균 20억 원 수준을 유지하는 동안 주식, 부동산 등의 자산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로또 1등의 가치는 상대적으로 하락했다. 1983년 처음으로 1등 당첨금 1억 원 시대를 열었던 올림픽복권의 경우 당첨금으로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115㎡를 두 채 살 수 있었다. 2004년 1월 로또 1등 당첨금액은 서울 평균 수준의 아파트 10채 값이었다. 하지만 이젠 서울 강남의 고급 아파트를 살 수 있기는커녕 목 좋은 곳의 ‘로또 청약’보다 못한 수준이 됐다.
▷지난해 로또 등 복권 판매액은 6조7507억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팍팍한 살림살이의 서민들에게 로또는 버릴 수 없는 희망이자 행운이다. 안주머니에 복권 한 장 품고 있으면 당첨일까지는 부자가 된 듯 든든하다. 지나치게 사행성을 조장할 정도는 곤란하겠지만 서민들에게 위로를 주는 희망의 가격이 지금보단 조금 높아져도 괜찮지 않을까.
김재영 논설위원 redf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