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사설]최상목 “상속세 부담 완화”… 서둘러야 기업도 증시도 산다

입력 | 2024-05-29 23:27:00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뉴시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그제 기자간담회에서 “상속세와 관련해 최대주주 할증 평가 폐지와 가업상속 공제 대상 확대 등에 대한 의견을 수렴한 뒤 세법 개정안에 담겠다”고 밝혔다. 상속세 최고세율을 60%까지 높이는 최대주주 할증 과세를 폐지하는 방향으로 상속세를 완화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한 것이다. 가업 승계와 증시 밸류업의 걸림돌이 되는 상속세를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온 만큼 바람직한 방향이다.

한국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50%인데 기업 최대주주가 지분을 상속할 때는 20%의 할증까지 붙어 실제 최고세율은 60%에 달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의 4배에 이르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상속세를 두세 번 내면 경영권이 사라진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징벌적 세금이 된 것이다.

이러다 보니 중견·중소기업 가운데 가업 승계를 포기하고 폐업하거나 사모펀드 등에 경영권을 매각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상속·증여세를 폐지한 싱가포르 등으로 옮겨가는 기업인도 늘고 있다. 게다가 과도한 상속세는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가뜩이나 세율이 높은데 주가마저 오르면 상속세 부담이 커지다 보니 대주주들이 주가 상승을 꺼리는 탓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어제 “부의 대물림을 야기할 것”이라며 정부의 상속세 완화 방침에 거듭 반대 입장을 밝혔지만 상속세는 더 이상 부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세율과 과세표준이 24년째 바뀌지 않으면서 서울에 집 한 채 가진 중산층도 상속세를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됐다. 개인투자자들은 증시 저평가로 인한 손해를 보고 있다.

상속세 부담 때문에 부의 이전이 미뤄질 경우 투자와 소비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경제 전반의 활력이 떨어지는 부작용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상속세 원조국인 영국을 비롯해 해외 선진국들이 잇달아 상속세 부담을 줄이거나 폐지하는 것도 과도한 상속세가 기업가 정신을 위축시키고 경영권을 불안하게 만들어 투자, 고용의 걸림돌이 된다는 인식이 크기 때문이다. 우리도 ‘부의 세습’, ‘부자 감세’라는 낡은 프레임에 갇혀 있을 여유가 없다. 징벌적 상속세로 사장(死藏)되는 알짜 기업을 더는 방치해선 안 된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