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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픈 아이 없도록… 복지 사각지대 보듬는 ‘행복 도시락’

입력 | 2024-05-30 03:00:00

[행복 나눔]행복얼라이언스 ‘행복두끼 프로젝트’
정부 지원으로 충분하지 않거나, 갑작스럽게 도움 필요해지기도
지자체-기업-사회적 기업 손잡고, 결식우려 아동 찾아내 식사 배달
이달부터 고창군 아동 지원 시작… 열악한 주거 개선-생필품 지원도



전북 고창군과 함께 2024 행복두끼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전북 남원시의 남원지역자활센터에서 복지 사각지대 아동에게 전달될 행복도시락을 포장하고 있다. 행복얼라이언스 제공


“최근 전북 고창군 내 다자녀 가구 가장이 갑작스럽게 돌아가셨어요. 가장이 세상을 떠나면서 주 소득이 없는 상황에서 성장기 자녀의 끼니 문제가 급박한 상황이었죠. 행정 당국의 급식 지원까지 약 2개월 걸리는데 하루빨리 지원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행복두끼 프로젝트를 통해 당분간 도시락을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신순옥 고창군청 인재양성과 아동보육팀장은 고창군 내 결식아동에게 ‘행복두끼 프로젝트’를 연결해준 경험을 돌이키며 이렇게 말했다.

● 결식우려아동 발굴해 도시락 지원


결식우려아동은 빈곤이나 방임으로 결식 위험이 있는 가정의 18세 미만 아동을 말한다. 위 사례처럼 갑자기 발생한 가장의 사고 등으로 소득이 끊겨 제도권 밖에서 굶주리는 경우도 있고 한부모 가정이나 소년소녀가장, 저소득층이어서 제대로 식사를 못 챙겨 먹는 경우도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2년 기준으로 전국 지방자치단체에서 급식 지원을 받은 18세 미만 결식우려아동은 28만3858명에 달한다. 지난해 국내 출생아 23만 명보다도 5만 명 이상 많다.

정부 예산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아이들이 약 28만 명에 달하지만 여전히 하루 2끼 이상의 식사가 필요함에도 1끼만 제공받거나, 갑작스러운 사고 등으로 미처 급식 지원 대상이 되지 못한 사각지대에 있는 아이들이 적지 않다.

국내 최대 사회 공헌 네트워크 ‘행복얼라이언스’는 결식우려아동을 대상으로 행복두끼 프로젝트를 실시하고 있다. 행복얼라이언스는 복지 혜택이 닿지 않는 아이들도 함께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기업 119곳, 지방자치단체 86곳, 시민 약 42만 명이 함께 만드는 행복안전망이다. 행복얼라이언스 운영 사무국인 행복나래는 SK가 설립한 구매 서비스 회사로, 사회적 가치 창출에 이익금 전액을 사용하고 있다.

행복두끼 프로젝트는 민관 협력을 통해 ‘아동 결식 제로’를 만들겠다는 취지에서 추진되고 있다. 갑자기 발생한 사고 등으로 복지 혜택을 못 받는 아이들도 끼니 걱정 없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기업, 정부, 시민, 지역사회 등 민관이 협력해 지속가능한 지원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2024 행복두끼 프로젝트로 전북 고창군의 결식 우려 아동에게 전달되고 있는 밑반찬 도시락. 행복얼라이언스 제공 

이달부터는 고창군과 함께 지역 내 결식우려아동을 발굴해 지원하고 있다. 지금까지 끼니를 거르는 아동 70명을 발굴해 1년간 총 1만8200식의 영양가 높은 밑반찬 도시락을 제공하기로 했다. 신 팀장은 “결식우려아동 발굴 현장을 방문해 보면 3, 4세가량의 어린아이들도 있다”며 “그런 아이들에게 행복두끼 프로젝트를 지원해 가족의 경제적 부담을 덜고 아동들의 영양상태가 개선돼 건강이 좋아지는 것을 보면 무척 뿌듯하다”고 말했다.

● 생필품 지원, 주거환경 개선까지

행복두끼 프로젝트에선 지자체가 복지 사각지대 아동들을 발굴 및 선정하면 기업이 사업 진행을 위한 돈을 기부하고, 지역 내 사회적 기업이 급식을 생산 및 배송하며 아동 돌봄도 담당한다. 기업의 돈으로 복지 사각지대 아동들에게 도시락을 지원하는 기간을 지자체가 아이들을 제도권으로 편입·관리하기 위한 준비 기간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이후 지자체가 아동 급식제도에 편입해 지속적으로 지원하게 된다.

행복두끼 프로젝트는 현재 고창군 외에 충북 제천시 등 기초자치단체 86곳과 업무협약을 맺은 상태다. 전국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해 지금까지 아동 6161명에게 130만2298식을 지원했다. 아동 1인당 지원 금액은 157만 원가량이다.

행복얼라이언스는 도시락 지원 외에도 행복상자 제공, 주거환경 개선, 학습·정서 지원 등도 진행하고 있다. 결식우려아동의 경우 식사 문제 외에도 생활 전반에 다양한 문제를 겪는 사례가 많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이를 위해 다양한 분야 회원 기업들의 자원과 전문성을 모아 필요한 지원을 해 준다. 행복상자에는 영양간식, 영양제, 이불 등 기초 생필품이 담겨 있다. 주거 관련 기업들은 주거환경이 취약한 아동들을 위해 도배, 장판, 가구, 가전제품 등을 지원한다.

행복얼라이언스 관계자는 “아동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선 민관의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앞으로 더 많은 기업과 기관의 참여를 이끌어내 전국적으로 더 탄탄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