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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레스테롤 청소부 HDL, 치매 예방 효과도 있다

입력 | 2024-05-30 03:00:00

미국심장학회, 연구성과 공유
쓰고 남은 콜레스테롤 간으로 운반
심뇌혈관질환-당뇨병 등 예방하고, 치매 원인 물질 축적 막는 효과도
HDL 수치, 폴리코사놀 먹으면 증가… 고강도 유산소 운동 반복해도 늘어




“흔히 혈관 속에서 콜레스테롤을 청소하는 단백질로 알려진 고밀도 지질단백질(HDL)은 치매도 예방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19일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미국심장학회 HDL 워크숍에서 셰릴 웰링턴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뇌건강센터 병리학과 교수는 “HDL은 동맥경화의 원인인 콜레스테롤을 간으로 보내 소각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런데 동물실험 결과 신경염증을 줄이고 인지 능력을 향상시키며 동시에 치매 원인인 베타아밀로이드 축적을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같이 말했다. 올해 12회째를 맞은 이 워크숍에선 이달 18, 19일 HDL을 연구하는 의사와 병리학자, 기초과학자 등 전 세계 전문가 200여 명이 모여 최신 연구 성과를 공유했다.

● 콜레스테롤, 세포 성장에 꼭 필요

18일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미국심장학회 고밀도 지질단백질(HDL) 워크숍에 전 세계 전문가 200여 명이 모여 HDL의 효능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시카고=이진한 기자 likeday@donga.com

간에서 만들어진 콜레스테롤은 몸속 혈관을 막는 나쁜 물질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몸의 세포가 성장하고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한 영양 성분이기도 하다. 다만 이런 영양 성분은 세포에 들어가야만 이용할 수 있는데, 콜레스테롤은 스스로 세포 속에 들어가지 못해 세포 속으로 주입하는 별도의 운반체가 필요하다.

세포 속으로 꼭 필요한 콜레스테롤을 운반해주는 역할을 하는 게 저밀도 지질단백질(LDL)이다. 그리고 세포에서 쓰고 남은 콜레스테롤은 HDL이 간으로 운반해 소각한다. 음식이 부족했던 원시시대에는 세포에 콜레스테롤을 공급하는 LDL의 역할이 중요했다. 하지만 콜레스테롤이 풍부한 음식을 먹는 현대인에게는 몸속에 남아도는 콜레스테롤을 간으로 이송하는 HDL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 이에 따라 혈관 기능을 좋게 만들고 고혈압, 당뇨병, 심뇌혈관질환, 치매 등을 예방하는 HDL이 ‘장수인자’로 불리게 됐다.

● 채식만으론 콜레스테롤 낮추기 어려워

게티이미지코리아 

콜레스테롤 수치는 200 미만, 저밀도 지질단백질 콜레스테롤(LDL-C)은 130 미만, 고밀도 지질단백질 콜레스테롤(HDL-C)은 60 이상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이런 수치에 너무 연연할 필요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보다 중요한 건 콜레스테롤 속에 포함된 HDL의 비율이다. 조경현 한국지단백연구원장(전 영남대 교수)은 “HDL 비율은 20∼25%가 대부분이지만 장수하는 사람들은 30% 이상”이라고 말했다. 다만 HDL이 무조건 높다고 좋은 건 아니다. 알코올 의존증이나 약물중독, 유전적 질환 등이 있을 때도 HDL 비율이 50%를 넘을 때가 많다.

콜레스테롤은 LDL 콜레스테롤과 HDL 콜레스테롤 등 2가지로 나뉜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콜레스테롤은 하나이며 콜레스테롤을 운반하는 운반체로 LDL과 HDL이 있다고 생각하는 게 정확하다. 또 흔히 육류와 지방 섭취를 줄이고 채식 위주로 식사하면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출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은데 이 역시 오해라고 한다. 콜레스테롤 대부분은 체내에서 스스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식단 관리 등 생활습관 개선만으로 수치를 크게 낮추긴 어렵다.

● 유산소 운동으로 HDL 높일 수 있어

현재까지 HDL을 증가시키는 약물은 개발되지 않았다. 과거 다국적 제약사들이 HDL을 증가시키는 약을 개발했으나 심장 부작용, 체내 축적 등의 문제가 발생해 출시는 하지 않았다. 다만 이번 워크숍에선 건강기능식품으로 알려진 쿠바산 폴리코사놀이 HDL의 양과 질을 향상시킨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우에하라 요시나리 일본 후쿠오카대 교수는 “건강한 일본인이 12주 동안 쿠바산 폴리코사놀 20mg을 섭취한 뒤 위약대조군과 비교한 결과 HDL이 통계상 유의미하게 20% 이상 증가했다”며 “폴리코사놀이 HDL의 단백질 성분(apoA1)을 증가시키고 HDL의 콜레스테롤 배출 활성을 증가시켰다”고 말했다.

일상생활에서 HDL을 올리는 방법도 있다. 조 원장은 “목에 숨이 찰 정도로 달리기나 수영을 하는 등 고강도 유산소 운동을 하루 1시간 정도 6개월 이상 반복하면 HDL이 증가한다”며 “음식도 중요하다. 고탄수화물은 피하고 콜라, 사이다 등 탄산음료와 트랜스지방 가공식품인 팝콘, 감자튀김 등을 멀리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시카고=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