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파가인 IFRC 사무총장 “굶주림-의료붕괴 가자 대재앙 상황 매일 임신부 145명 거리서 출산 전쟁 발발후 구호요원 254명 숨져”
자강 차파가인 국제적십자사·적신월사연맹(IFRC) 사무총장이 9일 서울 중구 대한적십자사 서울사무소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대한적십자사 제공
“지금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상황은 대재앙과 다름없습니다. (전쟁이란) 정치적 분쟁은 당장 해결하기 어렵더라도,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국제사회는 연대할 수 있습니다.”
국제적십자사·적신월사 연맹(IFRC)의 자강 차파가인 사무총장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세계 곳곳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지금 “누구의 편도 들지 않고 오로지 고통받는 사람들의 편에만 서는 구호활동은 계속돼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과 ‘분쟁 및 취약국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 체결을 위해 처음 한국을 찾은 차파가인 총장은 9일 서울 중구 대한적십자사 사무소에서 동아일보 인터뷰에 응했다.
차파가인 총장은 가자지구가 처한 위기에 대해 “식량 공급이 중단돼 많은 사람이 굶주리며 심각한 영양실조가 만연하다”며 “매일 150여 명꼴로 새 생명이 태어나는데, 병상이 없어 임신부 145명가량은 거리에서 아이를 낳을 정도다”라고 설명했다.
구호요원들의 안전도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유엔은 “전쟁 발발 후 지난달 30일까지 최소 구호단체 관계자 254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발표했다. 팔레스타인 적신월사(PRCS) 직원 및 자원봉사자도 현재까지 30명이나 희생됐다. 차파가인 총장은 “현장 요원들과 최대한 정보를 공유하며 안전 확보에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전쟁 상황에선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중립을 지키는 국제 비정부기구의 활동이 더욱 중요하다는 게 차파가인 총장의 신념이다. 그는 “한쪽 편에 속한 국가나 조직은 상대방의 위기에 대처하기가 어렵다”며 “전쟁 당사자들이 정치적 해결책을 논하는 동안, 구호단체는 오로지 사람들을 돕는 데 집중하려 한다”고 말했다.
김윤진 기자 ky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