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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담배 가려야” 커튼치고 판매… 韓 “MZ 필수템” 광고에 형형색색 진열

입력 | 2024-05-30 03:00:00

[담배 이제는 OUT!]
대마합법 네덜란드, 담배엔 엄격… “청소년 노출 막고 요청때만 꺼내”
韓, 학교인근 매장 93% 공개 진열
무인매장 84%, 성인인증장치 없어… “해외처럼 담배 진열-광고 규제를”



28일(현지 시간) 네덜란드 헤이그의 한 슈퍼마켓에선 진열대 아래 하얀 수납장을 열어야 안에 있는 담배를 볼 수 있다. 평소에는 수납장을 닫아 아동·청소년에게 담배가 노출되지 않는다(위쪽 사진). 반면 서울의 한 편의점에선 계산대 뒤에 진열돼 방문자 누구나 쉽게 담배를 접할 수 있다. 헤이그=조유라 jyr0101@donga.com·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담배 한 갑 주세요.”

28일(현지 시간) 네덜란드 헤이그의 한 슈퍼마켓. 한국 편의점에서 흔히 보이던 담배 진열대가 보이지 않았다. 나이를 확인한 직원이 계산대 뒤 흰색 수납장을 열자 그제야 담배 진열대가 나타났다. 이 점원은 “아동·청소년이 담배에 노출되는 걸 최대한 줄이기 위한 조치”라며 “규정상 담배를 수납장 안이나 커튼 뒤에 두고 고객이 요청할 때만 꺼내야 한다”고 말했다.

네덜란드는 2020년 7월부터 슈퍼마켓을 비롯한 소매점에서 담배 진열을 금지했다. 성인에게 대마초를 합법적으로 판매하는 나라지만 아동·청소년에게 담배를 노출시키지 않는 조치는 한국보다 강도 높게 시행하는 것이다. 31일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세계 금연의 날’을 앞두고 의료계 등에선 올해 주제인 ‘담배산업으로부터의 아동 보호’에 한국도 적극 동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온·오프라인 뒤덮은 담배 광고

동아일보가 27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인근 편의점 11곳을 확인한 결과 9곳은 외부에서도 담배 진열대와 담배 광고가 금방 눈에 들어왔다. 반면 정부가 부착을 의무화한 금연 광고는 대부분 잘 보이지 않는 곳에 붙어 있었고, 편의점 2곳은 아예 금연 광고를 부착하지 않았다.

국가금연지원센터가 지난해 전국 도시 12곳의 교육환경보호구역 내 담배소매점 2143곳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1995곳(93.1%)이 담배를 잘 보이는 곳에 진열해 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환경보호구역은 학교에서 직선거리로 200m까지다. 편의점 대부분은 계산대 근처에 담배 진열대를 둔 것으로도 조사됐다.

최근에는 무인 담배판매점이 늘면서 아동·청소년이 더 쉽게 담배를 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23일 찾은 서울 도봉구의 한 무인 전자담배매장 외부에선 전자담배 액상 제품 250종 이상이 비치된 내부가 훤히 보였다. 이 매장 역시 교육환경보호구역 내 있다. 하교하던 한 초등학생은 “가게가 예쁘게 생겨서 지나갈 때마다 자연스럽게 내부를 바라보게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정부가 무인 담배판매점 모니터링 조사를 실시한 결과 62곳 중 52곳(83.9%)이 출입문에 성인 인증장치를 부착하지 않았고, 39곳(62.9%)은 청소년 출입 금지 문구를 붙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현재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상품은 진열만으로도 광고의 역할을 한다”며 “담배 진열은 광고에 준하는 규제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온라인에선 전자담배가 ‘MZ 필수템’ 등의 홍보 문구와 함께 아동·청소년에게 광범위하게 노출되고 있다.

● 호주-영국-네덜란드, 담배 포장까지 규제

네덜란드에서 파는 담배는 담뱃갑 바탕이 모두 검은색이고 흡연 경고 사진이 앞뒤 면적의 6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헤이그=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반면 해외 주요국은 담배 포장까지 규제하며 아동·청소년이 담배에 노출되는 걸 차단하는 모습이다. 2012년 호주를 시작으로 영국, 뉴질랜드, 네덜란드 등 24개국은 담배 포장을 최대한 단순하게 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글자 크기와 글꼴을 지정해 시선을 끌 만한 요소를 넣지 못하게 하고 브랜드 색상이나 이미지, 로고, 상표 없이 지정된 색상 포장지로 담뱃갑을 만들게 하는 식이다. 네덜란드의 경우 2021년부터 담뱃갑 포장을 모두 검은색으로 통일했다. 또 흡연 경고 사진은 담뱃갑 앞뒤 면적의 65% 이상으로 붙이게 하고 있다. 이성규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장은 “편의점을 자주 찾는 아동·청소년의 목소리를 듣고 이를 바탕으로 소매점 내 담배 진열 및 광고를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헤이그=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박경민 기자 me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