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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전쟁속, 삼성전자 첫 노조파업 위기

입력 | 2024-05-30 03:00:00

전삼노 “내달 7일 집단연차 사용”
통합노조 “민노총 가입 의도” 비판



삼성전자노조가 29일 오전 서울 서초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사상 첫 파업을 선언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삼성전자가 1969년 창사 이래 55년 만에 처음으로 노조 파업을 맞게 될 위기에 처했다. 삼성전자 내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29일 파업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전삼노는 이날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 이 순간부터 파업을 선언한다”며 “파업을 거듭하다 보면 총파업까지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첫 파업 지침으로 전삼노 측은 6월 7일 소속 조합원 약 2만8000명에게 단체 연차 사용을 독려하기로 했다. 이는 삼성전자 전체 직원(약 12만5000명)의 22% 수준이다. 파업은 아니지만 사업에 차질을 주기 위한 쟁의 행위다. 전삼노 관계자는 “오늘부터 서초사옥 앞에서 24시간 농성을 진행한다”고도 밝혔다.

전삼노 조합원 대다수는 반도체(DS)부문 소속이다. 반도체 업계가 바닥을 찍고 회복하는 국면에서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삼성전자는 경영 타격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노조 파업 선언 소식에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전일 대비 3.09% 급락한 7만5200원에 마감했다.

전삼노의 강성 행보에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노노 갈등 조짐도 보이고 있다. 삼성그룹의 4개 계열사 노조를 아우르는 통합 노조인 ‘삼성그룹 초기업 노동조합’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전삼노가) 직원들의 근로 조건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 상급단체(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가입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삼노가 조합원 동의 없이 상급단체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노총)이 아닌 민노총의 지원을 받으면서 노조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는 주장이다.

삼성전자는 경영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전삼노의 파업 선언까지 나오자 우려가 깊어지는 모습이다. 특히 최근 반도체 경쟁력 제고를 위해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는 DS부문장을 전영현 부회장으로 전격 교체할 정도로 내부 위기감이 큰 상태에서 악재가 겹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