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속히 만나 협의하자” 尹에 제안… 巨野 독주 이미지 벗고 중도층 공략 당내 금기시 ‘종부세 완화’ 주장에 “그런 의견도 필요… 잘하셨다” 밝혀 정치권 “李, 대선 가도 돌입” 분석
21대 국회 마지막 날이자 22대 국회 개원 하루 전인 29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재명 대표(왼쪽)가 박찬대 원내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민생회복지원금 차등 지급도 수용하겠다”며 자신의 공약인 ‘전 국민 1인당 25만 원 지급’에서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는 동시에 윤석열 대통령과의 협의를 제안했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2대 국회 개원을 하루 앞둔 29일 “민생회복지원금 차등 지급도 수용하겠다”며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여당을 향해 “신속하게 만나서 협의하자”고 제안했다. 지난 총선 때 자신이 공약했던 ‘전 국민 1인당 25만 원씩 보편 지급’ 주장에서 한발 물러서며 정부·여당의 협조를 촉구하고 나선 것. 연금개혁에 이어 민생회복지원금까지 양보하는 모습을 보이며 정국의 판을 흔드는 동시에 민생 이슈를 주도하고 ‘책임 야당’ 이미지를 강화하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그동안 민주당에서 금기시되던 종합부동산세 완화 주장에 대해서도 “그런 의견도 필요하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 안팎에서 1주택 종부세 폐지 주장이 제기되자 수용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해석된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가 민심을 반영하고 중도층에게 어필할 수 있는 이미지를 강조하며 대선 가도에 돌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 李, 민생지원금 관철 등 정책 이슈 선점
이 대표가 ‘차등 지급안’을 꺼내든 건 거야(巨野)의 독주 이미지에서 벗어나 중도층을 공략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그동안 민주당은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위한 법안을 22대 국회 당론으로 처리하겠다고 예고하며 행정부 집행을 건너뛸 수 있는 처분적 법률을 활용해서라도 추진하겠다고 압박해 왔다. 이 대표 측은 “무조건 민주당 안만 고집하지 않고, 정부·여당과의 협의점을 찾아 나가겠다는 것”이라며 “이 대표에게 가장 중요한 건 성과를 내는 것”이라고 했다.
이 같은 제안에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규모로 지원하면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불가피한데 추경을 할 여건이나 시기가 아니다”라고 했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민생회복지원금과 관련한 입장은 여러 차례 말씀드렸다”며 사실상 거절 의사를 밝혔다.
● 종부세 완화도 ‘실용적 접근’ 가능성 열어둬
이 대표는 27일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종부세 개편 필요성을 주장한 고민정 최고위원에게 “잘하셨다. 그런 의견도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이 대표는 당의 정체성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종부세처럼 실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면 논의해볼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의 전향적 태도에 서울 ‘한강벨트’를 지역구로 둔 의원들을 중심으로 종부세 완화 주장도 이어질 조짐이다. 한 의원은 “이번 총선만 봐도 집값 상승으로 인해 서울에서 선거 환경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며 “당장은 아니어도 종부세 개편 문제를 적절한 시기에 논의해야 한다는 당내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경기 성남 분당을에서 낙선한 친명(친이재명)계 핵심 김병욱 의원도 “종부세 및 재산세 인하 등으로 당이 중산층과 함께 갈 수 있는 대중정당의 이미지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윤명진 기자 mjligh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