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14번째 거부권 행사] 野에 패싱 당하고 “입법 폭주” 비판만 당내 “이슈 선점 못하고 끌려다녀 22대 국회선 더 쪼그라들수도” 우려
제21대 국회 마지막 날인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가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우리가 집권 여당인데 정치력과 협상력이 완전히 힘이 빠진 상태다.”
재선에 성공한 국민의힘 의원은 21대 국회 마지막 날인 29일 여당이 민생 법안 처리에 손 놓은 채 재의요구권(거부권) 건의로 끝내자 이같이 지적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거대 야당의 일방 독주가 없다면 거부권 행사도 없다”며 전날 더불어민주당 단독으로 본회의를 통과한 전세사기특별법과 민주유공자법, 농어업회의소법, 한우산업지원법 등 4개 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추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21대 국회가 끝내 극한 정쟁의 부끄러운 모습을 떨쳐내지 못하고 막을 내리는 것에 대해 국민들께 죄송하다”고 말했다. 정쟁으로 민생법안이 처리되지 않은 책임은 야당에 넘겼다. 추 원내대표는 “민주당 때문에 각종 상임위, 본회의가 정상 진행되지 못했다”며 “책임은 거대 야당인 민주당이 오롯이 져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추 원내대표는 “거부권 행사 숫자는 곧 거대 야당 입법 폭주의 가늠자가 될 것”이라며 “압도적 다수 의석을 갖고 자기 절제를 모르는 제1당이 법사위원장까지 가져간다면 의회 독재를 막을 최소한의 방법도 무너진다”고 했다.
22대 국회에서는 민주당을 비롯한 범야권이 192석으로 여당에서 8명만 이탈해도 거부권 행사가 무력화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초선 당선인 만찬에서 “대통령의 거부권을 적극 활용하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당선인은 “거부권 행사에 기댈 것이 아니라 국민이 원하는 민생 이슈를 먼저 던지고 참신한 정책을 갖고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