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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野강행 민주유공자법 등 4개 법안 거부권

입력 | 2024-05-30 03:00:00

尹 14번째 행사… 野 “다시 발의”
22대 국회서 충돌 더 심해질 듯



22대 국회 개원을 하루 앞둔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 개원을 축하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지나가던 국회 직원이 현수막이 걸린 국회 모습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담고 있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안’ ‘전세사기특별법’ ‘농어업회의소법’ ‘한우산업지원법’ 등 4개 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윤 대통령 취임 후 거부권이 행사된 법안이 14개로 늘었다. 민주당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된 주요 법안들을 22대 국회에서 다시 발의한다는 계획이고, 대통령실은 “입법부에 대한 견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으로 맞서면서 22대 국회에서 ‘거부권 충돌’ 정국이 더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전날 민주당이 국회에서 일방 처리한 5개 법안 중 ‘4·16세월호참사피해구제지원특별법(세월호피해지원법)’을 제외한 4개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정부는 29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세월호피해지원법을 제외한 4개 법안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의결했고, 윤 대통령은 이를 재가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여야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통과된 법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여당 의견을 따랐다”고 했다. 세월호피해지원법의 경우 ‘기한 연장’에 초점을 맞춘 법안인 만큼 거부권 행사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자신 또는 주변 인물들의 범죄 비리 행위를 방어하기 위해서 헌법이 부여한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 이것은 직권남용의 명백한 위헌 행위”라며 “민주당은 내일 시작하는 22대 국회에서 채 상병 특검법 내용을 보완해 재발의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尹, 21대국회 마지막날까지 거부권… 野 “22대선 더 몰아붙일 것”


[尹, 14번째 거부권 행사]
野 “이젠 8석 이탈땐 거부권 무력화”… ‘채 상병’등 폐기 법안 재발의 방침
‘김건희’ ‘50억클럽’ 특검도 별러
대통령실 “정부, 입법부 견제 의무”… ‘거부권 정국’ 되풀이 우려 커져
“거부권(재의요구권) 무력화 문턱이 8석으로 대폭 낮아지지 않았나. 22대 국회에선 윤석열 대통령을 더욱 강하게 몰아붙여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의원은 22대 국회 개원을 하루 앞둔 29일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거나 할 수밖에 없는 법안들을 추진하는 데 전반기 당력을 집중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민주당이 22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들을 재발의하겠다고 벼르면서 21대에 이어 22대 국회에서도 ‘거부권 정국’이 되풀이될 것이란 전망이 커지고 있다. 민주당 주도로 강행 처리된 법안을 윤 대통령이 거부하고, 국회로 되돌아온 법안을 재표결하는 행태가 반복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

윤 대통령은 이날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 민주유공자법 제정안, 농어업회의소법 제정안, 한우산업 지원법 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들 법안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 사용으로 21대 국회 임기 종료와 함께 폐기됐다. 윤 대통령 취임 후 거부권이 행사된 법안이 21대 국회에서만 14개가 됐다.

● 野 “거부권 법안 패키지로 묶어 재발의 검토”

민주당은 22대 국회 개원 첫날인 30일 의원총회를 열고 ‘채 상병 특검법’을 1호 당론법으로 채택할 예정이다. 이를 비롯해 ‘김건희 특검법’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 등도 빠른 시일 내에 다시 발의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김건희 특검법은 기존 주가조작 의혹에 더해 서울∼양평 고속도로 의혹과 디올백 수수 의혹까지 함께 수사하도록 하는 ‘종합 특검법’으로 키우겠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 3조), 방송 3법 등 기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법안을 비롯해 29일 윤 대통령이 추가로 국회로 돌려보낸 법안까지 총 14개 법안 중 채 상병 특검법과 이태원참사특별법을 제외한 12개 법안을 ‘거부권 패키지’로 묶어 발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위한 법안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예고했다. 민주당 ‘검찰개혁 태스크포스(TF)’ 단장인 김용민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TF 회의에서 “7월 초까지는 법안을 만들어 당론으로 추진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민생 이슈를 고리로 한 대여 공세도 한층 강화할 예정이다. 한민수 대변인은 최고위 후 브리핑에서 “내일(30일) 22대 국회 첫 의원총회를 열어 민생회복지원금도 당론으로 추진할 방침”이라고 했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22대 국회에서도 윤 대통령이 대부분의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순 없지 않느냐”며 “범야권이 192석으로 확대된 상황에서 윤 대통령도 22대 국회에서는 ‘무조건 거부권’ 전략으로 일관하기는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했다.

● 대통령실 “다수당 일방통행 견제해야”

대통령실은 22대 국회에서도 적극적으로 거부권 행사를 검토하겠다고 맞섰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22대 국회에서도 다수 정당의 일방통행이 계속된다면 현 정부도 입법부를 견제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내부적으로는 민주당의 이 같은 ‘입법 독주’ 예고 배경에는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횟수를 의도적으로 늘려 ‘불통’ ‘거부’ 이미지를 고착화하기 위한 의도가 깔려 있다고 보고 있다. 이 관계자는 “입법부만 행정부를 견제할 것이 아니라 행정부도 불통과 협치 거부를 일삼는 입법부를 견제해야 맞다”며 “지금 상태는 다수당인 야당이 여당과 행정부를 아예 무시한 채 마음대로 하는 것과도 같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거부권 행사 과정에서는 여당과의 의견 조율에 공을 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대통령실은 “당의 뜻에 따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22대 국회에서도 야당이 윤 대통령을 ‘거부권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거부권 행사를 계속 유도할 것으로 보인다”며 “여당과 협의하며 야당에 맞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