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름 등 담긴 260여개 기습 살포 대통령실 4.5km거리 정부청사 등 수도권서 남부까지 전국에 떨어져 北, 서해상 GPS교란 공격도 감행
북한이 대규모 ‘오물 테러’를 감행했다. 거름과 쓰레기가 담긴 대형 풍선을 28일 밤부터 이틀 동안 260여 개나 날려 보낸 것. 단기간에 이 정도 규모로 풍선 테러를 감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오물이 담긴 풍선들은 서울 도심과 전북, 경북 등 한국 전역을 파고들었다. 용산 대통령실에서 불과 4.5km 떨어진 정부서울청사와 외교부 청사 옥상에도 풍선이 떨어졌다. 요격이 힘든 대형 풍선에 폭탄, 생화학무기 등이 실려 있었다면 인명 피해가 속출하고 대규모 혼란이 일어날 수 있었다는 우려가 나온다. 북한은 29일 새벽 서해상에선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교란 공격도 감행했다. 동시 공격으로 혼란을 증폭시키려 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군에 따르면 대형 풍선들은 28일 밤부터 휴전선 이남 경기·강원 접경지역을 시작으로 전국 각지로 날아들었다. 이후 29일까지 서울 마포구와 구로구, 영등포구 등 수도권은 물론이고 강원과 경남, 전북 등으로도 날아갔다. 풍선은 휴전선에서 250km 넘게 떨어진 경남 거창군 위천면의 한 논에서도 발견됐다. 전북 무주군과 충남 계룡시에 낙하한 풍선 주변에선 화약이 발견돼 당국이 조사에 나섰다.
아파트 주변에 떨어진 北 오물풍선 29일 오전 경기 용인시 처인구 이동읍의 한 텃밭에서 발견된 대형 풍선. 북한이 기습적으로 날려보낸 이 풍선 아래에는 거름과 쓰레기 등 각종 오물이 담긴 비닐이 묶여 있다. 북한은 전날 저녁 북한 중서부 지역에서 대남 풍선을 날리기 시작했고, 이날까지 서울 등 수도권에서 경남에 이르기까지 전국 곳곳에서 발견됐다. 북한은 단기간에 역대 최대 규모로 ‘풍선 테러’를 감행했다. 용인=뉴시스
군 관계자는 “하루 기준 역대 최대 규모의 대남 풍선이 날아든 것”이라고 밝혔다. 풍선과 오물이 담긴 비닐봉지 연결부엔 ‘자동 폭파 타이머’가 설치된 것으로 전해졌다. 동력 장치는 없었지만 풍향과 비행 시간을 계산해 대통령실과 정부서울청사 등 주요 표적에 오물을 살포하려 한 의도로 보인다. 앞서 2016년엔 북한이 서울로 날린 대형 풍선에서 큰 물체가 떨어져 차량과 주택 지붕이 파손된 바 있다. 군은 화생방대응신속팀(CRRT)과 폭발물처리반(EOD)을 출동시켜 지상에 떨어진 80여 개를 수거했고, 관련 기관에서 정밀 분석을 하고 있다. 우리 군은 “반인륜적이고 저급한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라고 북한에 경고했다.
이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밤에 담화를 내고 “저 한국것들의 눈깔에는 북으로 날아가는 풍선은 안 보이고 남으로 날아오는 풍선만 보였을까”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 인민이 살포하는 오물짝들을 ‘표현의 자유 보장’을 부르짖는 자유민주주의 귀신들에게 보내는 진정 어린 ‘성의의 선물’로 정히 여기고 계속계속 주워 담아야 할 것”이라며 추가 살포 가능성도 시사했다.
北 풍선에 자동폭파 타이머… 정부청사 등 표적 테러 우려도
[北 ‘오물 풍선 테러’]
목표지역 상공서 폭파되게 설정… 대남 심리전 부대가 조직적 살포
저비용으로 혼란 극대화 효과… “생화학 공격땐 대규모 인명피해”
목표지역 상공서 폭파되게 설정… 대남 심리전 부대가 조직적 살포
저비용으로 혼란 극대화 효과… “생화학 공격땐 대규모 인명피해”
군 관계자는 “휴전선 인근이 아닌 더 북쪽의 여러 곳에서 북한군 대남 심리전 전담 부대가 조직적으로 날려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풍선과 오물 적재물의 연결부에는 목표 예상 지역 상공에서 터지도록 설정한 ‘자동폭파 타이머’가 설치돼 있었다.
● 서울에 10여 개, 2개는 정부 핵심 건물에
29일 서울 발견된 북한 대남풍선에 달린 비닐봉지에 담긴 내용물. 풍선을 터뜨리기 위한 타이머로 추정된다. 합동참모본부
휴전선으로부터 250km 넘게 떨어진 경남 거창군 위천면의 논에서도 풍선이 포착됐다. 경찰과 소방이 출동해 풍선 2개에 매달린 비닐 봉투를 수거해 보니 그 안에는 페트병과 종이 쓰레기 등이 담겨 있었다.
전북 무주군과 충남 계룡시에서 떨어진 풍선 주변에서는 화약이 발견돼 당국이 조사에 나섰다. 오전 5시 45분경 무주군 무주읍 내도리에서 오물 풍선이 전깃줄에 걸린 채 발견돼 경찰과 군이 접근 통제선을 설치한 채 이를 수거했는데, 소량의 화약 성분이 묻어 있었던 것. 경찰과 군 관계자는 이 성분을 분석 중이다.
● “생화학무기 실으면 대형 인명 피해 우려”
29일 경기 평택의 야산에서 발견된 풍선의 내용물을 군 장병이 수거해 옮기는 모습. 평택=뉴시스
북한의 심리전 파상 공세에 맞대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선 과거 철거했던 대북 전광판이나 확성기 등을 휴전선 일대에 재설치하는 방안 등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거창=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