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2023.10.6. 뉴스1
베트남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비판하는 기습시위에서 두산중공업(현 두산에너빌리티) 건물 앞 조형물에 물로 지워지는 스프레이를 뿌린 것은 재물손괴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30일 오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재물손괴 혐의로 기소된 A 씨와 B 씨의 상고심 선고기일을 열고 각 벌금 300만 원, 벌금 2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시민단체 ‘청년기후긴급행동’ 활동가인 A 씨와 B 씨는 두산중공업의 베트남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에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 2021년 2월 28일 경기 성남시 두산중공업 건물 앞 조형물에 녹색 수성 스프레이를 뿌린 뒤 구호를 외치고 조형물을 손괴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러나 대법원은 “재물손괴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했다. A 씨 등이 조형물의 효용을 해쳤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피고인들은 조형물의 금속재질 문자 부분에 물 세척이 쉬운 수성스프레이를 분사한 직후 미리 준비한 물과 스펀지로 세척했다”며 “조형물을 본래 사용 목적이나 기능에 제공할 수 없거나 원상회복이 어려운 상태로 만들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스프레이가 일부 남은 대리석 지지 부분도 “야외에 설치되어 비, 바람, 오수와 오물 등에 노출된 상태여서 자연스럽게 오염되거나 훼손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조형물의 주된 용도와 기능 또는 미관에 손상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스프레이 분사로 발생한 손괴 부분이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않았고 원상회복 난이도나 비용에 대한 별다른 증명이 없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봤다.
한편 두산에너빌리티는 청년기후긴급행동에 1840만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지만 법원은 지난해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이후 두산에너빌리티 측이 항소를 취하하면서 판결이 확정됐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