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1심 뒤집어…“위자료 20억 지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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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64)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63)의 이혼 소송 항소심에서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위자료 20억과 재산분할로 1조3808억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SK주식 가치 증가에 대한 노 관장의 기여분을 인정하면서 주식도 분할 대상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자산 형성 과정에 기여한 바가 없다는 이유로 최 회장이 보유한 SK주식을 재산 분할 대상으로 인정하지 않았던 1심 판결이 뒤집힌 것이다.
서울고법 가사2부(재판장 김시철)는 30일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 항소심 선고기일을 열고 이 같이 판결했다. 두 사람은 모두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2심 재판부는 SK주식 가치가 증가하는 데 있어 노 관장의 기여가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SK를 비롯해서 부부 공동재산은 혼인생활 중 생성됐다”며 “SK 주식과 관련해서는 선대 회장과 현 회장의 경제활동 기여가 크게 작용했다. 특히 원고는 경영권 승계 이후 그 당시에는 가치가 1주당 100원 정도인데 여러 과정을 거쳐 1주당 16만원 정도의 SK 주식으로 넘어갈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를 임의로 구분할 근거가 없고, 20년 동안 원고가 주장하는 자수성가형과 유사한 활동을 했다. 이렇다면 원고의 SK 활동에 대한 기여나 그에 대한 피고의 기여가 재산에 한정되는 것으로 보긴 어렵다”며 “SK 가치 증가에 대해 경영 활동이나 피고의 기여가 있다고 봐야한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1심이 책정한 위자료 1억 원이 너무 적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원고는 피고와 별거 후 김희영 티앤씨 재단 이사장과의 관계 유지를 위해 가액 산정 가능 부분만 해도 219억 이상을 지출했다”며 “혼인 파탄의 정신적 고통을 산정한 1심 위자료 액수가 너무 적다. 증액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노 관장 측 변호인은 선고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혼인순결과 일부일처제에 대한 헌법적 가치를 깊게 고민해주신 아주 훌륭한 판결”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은 굉장히 복잡하고 기록도 방대하고 증거도 엄청나게 많았다”며 “이 부분을 세심하게 다 살펴서 선고에 포함해 말씀해주셨다. 무엇보다 거짓말이 굉장히 많았는데 실체적 진실을 밝히느라 애써주신 재판부에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은 1988년 결혼해 세 자녀를 뒀으나 2015년 최 회장이 혼외 자녀의 존재를 알리면서 2017년 이혼조정을 신청, 합의에 이르지 못하며 소송전으로 이어졌다.
노 관장은 2019년 12월 위자료 3억 원과 함께 최 회장이 보유한 SK주식 중 50%를 지급할 것을 요구했다.
2022년 12월 1심은 노 관장의 이혼 청구를 받아들이고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위자료 1억 원과 재산 분할분 현금 665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당시 재판부는 “자산 형성 과정에 기여한 바가 없다”는 이유로 최 회장이 보유한 SK주식은 재산 분할 대상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양측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노 관장은 2심에서 재산분할 액수를 2조 원으로 높이고, 분할을 요구하는 재산의 형태도 최 회장이 보유한 주식에서 현금으로 바꿨다. 위자료 요구액도 약 30억 원으로 증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