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전영진 씨 생전 모습. (유족 제공) 뉴스1
스물다섯 살 청년을 죽음으로 내몬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가 재판에서 사망 책임을 피해자 탓으로 돌렸다.
30일 춘천지법 강릉지원 형사1부(부장판사 권상표)는 협박, 폭행,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A 씨(41)의 항소심 첫 공판을 진행했다.
발언 기회를 얻은 피해자의 어머니는 “2016~2017년경 가출한 적은 있지만 극단적 선택 시도는 아니었다”며 “채무 역시 아들이 예전 화물차 지입 일을 하려다 진 것으로 아버지가 대부분 갚아줬고, 일하면서 일부를 갚고 있던 것”이라고 반박했다.
피해자의 친형도 “2022년 3월경 동생에게 급여가 100만 원밖에 안 들어온 적이 있다. 이에 생활비 명목으로 대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실종신고가 있던 것이 2016~2017년경이라면 이 사건과 아무 관련이 없다”고 A 씨 측을 꾸짖듯 말하며 금융거래 조회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가출 당시 112신고 기록에 대한 사실조회 신청서 제출은 허락했다.
유족 측은 이날 법정에서 A 씨에게 사과 한마디 듣지 못했다며 분노했다. 피해자 친형은 “피고인은 1심에서 반성한다고 해놓고 실형이 선고되자 저를 죽일 듯이 노려봤다”며 "만약 사회에 나온다면 해를 가할 수 있겠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고(故) 전영진 씨 생전 모습. (유족 제공) 뉴스1
이는 통화녹음과 폐쇄회로(CC)TV를 토대로 직접 잡힌 증거다. 영진 씨 휴대전화에 담긴 A 씨와의 대화 700여 건에는 폭행이 지속된 걸 암시하는 대화가 다수 남아있다.
A 씨는 “내일 아침에 오자마자 빠따 12대야” “안 맞으니 풀어져서 또 맞고 싶지” “○○○○ 같은 ○○ 진짜 확 죽여버릴라. 내일 아침부터 한번 맞아보자. 이 거지 같은 ○○아” “죄송하면 다야 이 ○○○아” “아침부터 맨날 맞고 시작할래” “개념이 없어도 정도껏 없어야지” 등 폭언을 일삼았다.
영진 씨는 결국 같은 해 5월 23일 생을 마감했다.
1심은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에서 구속했다. A 씨 측은 ‘원심의 형은 무거워서 부당하다’며 항소했다.
영진 씨 친형은 “동생이 겪은 끔찍했던 상황에 비하면 1심 형량은 너무 낮다. 더 이상 동생과 같은 일을 누군가 당하지 않게 그 기준이 되는 판결이 나와야 한다”고 밝혔다.
항소심 다음 공판은 오는 7월 11일 열린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