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부회장).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의 새로운 수장으로 임명된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부회장)이 30일 취임 후 첫 공식 메시지를 통해 이같이 각오를 밝혔다. 21일 ‘원포인트’ 인사로 반도체 사령탑이 된지 9일 만이다. 전 부회장은 “새로운 각오로 상황을 더욱 냉정하게 분석하겠다”며 “삼성 반도체가 우리 모두의 자부심이 될 수 있도록 제가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전 부회장은 이날 오전 사내 게시판에 올린 취임사에서 “임직원 여러분이 밤낮으로 묵묵히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지금은 인공지능(AI) 시대고 우리가 겪어보지 못한 미래가 다가오고 있다. 방향을 제대로 잡고 대응하면 AI 시대에 꼭 필요한 반도체 사업의 다시 없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구성원들을 독려했다.
지난해 삼성전자 DS부문은 14조8800억 원의 적자를 냈다. 인공지능(AI) 시대에 주목받고 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에 주도권을 내줬다. 4세대 HBM(HBM3)의 경우 SK하이닉스가 미국 엔비디아에 독점 공급을 하고 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서도 세계 1위 TSMC와의 점유율 격차를 줄이지 못하고 있다.
29일 삼성전자 내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가 창사 이래 첫 파업을 선언하는 등 ‘노조 리스크’도 수면 위로 부상한 상황이다. 전삼노 소속 조합원은 약 2만8000명으로 삼성전자 직원의 23%를 차지한다. 조합원 대다수가 DS 부문 소속이다.
전 부회장은 위기 상황을 초래한 경영진들의 책임에 대해 반성하며 임직원들이 하나로 뭉쳐야한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삼성 반도체는 숱한 위기와 역경을 극복하며 그 어느 회사보다 튼튼한 기술적 자산을 갖게 됐다. 우수한 인재들이 모여있고 뛰어난 연구 경험과 노하우도 축적돼 있다”며 “반도체 고유의 소통과 토론의 문화를 이어간다면 얼마든지 빠른 시간 안에 극복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업계에서는 전 부회장이 삼성 내부의 흐트러진 조직 문화를 지적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개발과 제조 등 부서 간 불협화음이 존재한다는 말이 많았다. 제대로 된 협업이 안 된다는 건데, 전 부회장이 소통을 강조한 것도 이런 문제를 뿌리 뽑겠다는 의미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