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낸 책 ‘건축가가 지은 집’ 북토크를 위해 충북 제천에 다녀왔다. 나의 첫 번째 책인 ‘집을 쫓는 모험’ 북토크를 계기로 훅 가까워진 경신 씨와 치형 씨가 운영하는 책방의 이름은 ‘안녕, 책’. 너른 마당 한편에 있는 삼각 지붕의 책방인데 창밖으로 시골길의 한가한 풍경이 보이고 주인이 알뜰살뜰 큐레이션한 책이 단정하게 진열돼 있어 갈 때마다 기분이 좋다.
정성갑 갤러리 클립 대표·‘건축가가 지은 집’ 저자
북토크가 끝나고는 경신 씨, 치형 씨 친구들과 다시 우르르 한자리에 모여 동네잔치 같은 저녁 시간을 보냈다. 다들 수시로 이 집에 모여 여름휴가를 보내고, 며칠씩 놀고먹으며 시간을 보내는 사이라 분위기가 여름 휴가의 저녁 식사 자리처럼 편안했다. 오늘 아침 경신 씨가 한 주간지와 인터뷰를 했는데 ‘인구소멸지역인 제천에서 책방을 운영하는 것에 대하여’가 주제였다고. 실제 제천 인구는 여느 다른 중소도시처럼 줄어드는 추세인데 그 수가 모든 걸 의미하는 것만도 아닌 것이 내려오는 사람이 많지 않아 그렇지 일단 시골에 내려오면 마음이 편해 다들 아이를 갖는다고. 중소도시에서 사는 삶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는데 주변에 맹렬하게 달려가는 사람들이 없으니 내 삶의 속도도 찬찬히 안정을 찾게 된다고. 옛날에는 집을 떠나 인근 도시로 ‘유학’을 가면 아직 어린 나이에 버스를 타고 혼자 집을 찾아오는 경우가 있었는데 그런 시간을 통해 처음으로 어른이 된 듯한 기분을 느꼈다는 말을 들으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보면 ‘톰 소여의 모험’이나 ‘허클베리 핀의 모험’도 다 ‘공간 모험’에 관한 이야기 아닌가. 새로운 세상을 통해 성장하고 단단해지는 이야기. 현대사회에서는 그런 공간의 모험 자체가 애, 어른 할 것 없이 어려워지는 것 같다.
정성갑 갤러리 클립 대표·‘건축가가 지은 집’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