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4 동아국제금융포럼’에서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왼쪽)이 대런 애스모글루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경제학 교수와 대담하고 있다. 이날 애스모글루 교수는 “소수가 좌우하는 AI 기술은 사회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민주주의를 훼손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라는 책으로 유명한 세계적인 정치경제 석학인 대런 애스모글루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가 어제 ‘2024 동아국제금융포럼’에서 “실리콘밸리가 주도하는 현재 인공지능(AI) 개발은 인간을 뛰어넘는 기술과 자동화에만 치중하고 있다”며 “올바른 AI 규제와 규범을 통해 사람 중심의 AI를 구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수가 좌우하는 AI 기술은 사회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민주주의를 훼손할 수 있기 때문에 민주적 통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는 “과거 산업혁명 등에서 보듯 기술과 자동화의 진전이 자연적으로 생산성 향상과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할 수 없다”며 “AI의 도입이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닌 인간의 역량을 높이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했다. 이 같은 ‘인간 친화적 AI’를 통해 금융, 교육 소외를 해결할 수 있고, 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부족 현상에도 성공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고 봤다. AI 시대에 걸맞은 조세 제도의 개편 등 다양한 사회제도 개혁도 주문했다.
애스모글루 교수의 지적은 편리함과 위험의 양면성을 가진 AI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진지한 화두를 던지고 있다. 2022년 ‘챗GPT’의 등장 이후 AI가 일상 곳곳에 스며들면서 사회 곳곳에서 구조적 변화를 야기하고 있다. 과학, 의료, 금융 등의 분야에선 기존 기술로는 불가능했던 혁신을 보여주고 있지만, 딥페이크 기술이 정교해지면서 민주주의와 선거제도를 위협하기도 한다. 사생활·저작권 침해 등 새로운 윤리 문제까지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