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오물풍선에 이어 서북도서 일대에 GPS 전파 교란 공격을 한 30일 오전 충남 서천군 춘장대해욕장에서 육군 32사단 장병들이 해안경계 순찰을 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북한이 어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20발 가까이를 무더기로 동해 쪽으로 발사했다. 한 번에 쏜 탄도미사일로는 가장 많은 숫자라고 한다. 사거리 350km의 이 미사일은 한국의 대도시와 주요 공군기지를 타격할 수 있다. 북한은 서북 도서 일대에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전파를 교란하는 공격도 감행했다. 앞서 북한은 ‘오물 풍선’ 260여 개를 남쪽으로 날리면서도 GPS 교란 공격을 감행했다. 이로 인해 인천 해상을 오가는 어선과 여객선들의 항해 장치에 오작동이 발생했다.
오물 풍선에 이은 SRBM 무더기 발사, GPS 교란 공격까지 북한의 연쇄 도발은 사전에 치밀하게 짜인 계획에 따른 듯 착착 진행되고 있다. 북한은 한중일 3국 정상회의가 서울에서 열린 날에 맞춰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했지만, 로켓이 공중 폭발하면서 낭패를 봤다. 4년 반 만에 열리는 한중일 정상 회동을 분탕질하면서 나름의 최신 군사력을 과시하려던 야심찬 계획이 수포가 되자 그 직후부터 연쇄 도발에 집중하는 듯한 양상이다.
사실 북한은 정찰위성 발사 전날인 26일 국방성 부상 명의의 성명을 통해 한미 공중정찰과 해상 기동순찰, 탈북민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방관할 수 없다며 공세적인 대응을 예고한 바 있다. 거기엔 ‘수많은 휴지장과 오물짝이 곧 살포될 것’이란 경고와 함께 ‘어느 순간 수상에서든 수중에서든 자위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위협도 들어 있다. 우리로선 더 치명적인 해상 도발 가능성도 예의 경계해야 하는 상황이다.
북한은 이처럼 실제 무력행사나 전쟁까지 이르지 않는 모호한 수준의 중·저강도 도발, 즉 ‘회색지대 작전’을 통해 우리의 대응 변화를 유도하는 강압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 그간 집중했던 미사일 무력시위를 넘어 그 수단과 범위도 더욱 넓히고 있다. 이런 더럽고 교묘한 게임에 맞서 정부와 군은 주도면밀하게 대비해야 한다. 특히 과잉 대응이나 내부 혼선 같은 북한 노림수에 휘말리지 않도록 차분하고 냉정한 대처가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