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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으로 두 자녀 떠나보낸 80대, 간호대 후배 위해 5억 기부

입력 | 2024-05-31 03:00:00

가톨릭대 졸업후 美 이민 김미지씨
“희망 주는 선배로 기억되고 싶어”




두 자녀를 병으로 모두 먼저 떠나보낸 80대 여성이 후학 양성을 위해 써달라며 모교인 가톨릭대에 약 5억 원을 기부했다.

30일 가톨릭중앙의료원에 따르면 1966년 가톨릭대 간호학과를 졸업한 김미지 씨(82)는 최근 간호대 후배들을 위해 써달라며 36만 달러(약 4억9600만 원)를 기부했다. 김 씨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나눔을 통해 희망을 주는 선배로 기억되고 싶다”며 “후배들의 교육을 위해 간호대에 추가 기부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씨는 대학 졸업 후 이민을 떠나 남편과 50년째 미국에서 살고 있다. 그런데 2021년 3월 뉴욕대 로스쿨을 졸업한 뒤 의료사고 전문 변호사로 일하던 딸 이은숙 씨가 희귀 뇌혈관질환인 모야모야병을 앓다 세상을 떠났다. 또 한 달 후 아들 이영주 씨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합병증으로 숨졌다. 이영주 씨는 30여 년 전 한국어 공부를 위해 교환학생으로 왔다가 서울에서 사고를 당했는데 하반신 마비 상태에서도 버펄로 뉴욕주립대 로스쿨을 졸업한 후 변호사로 활동해 왔다.

김 씨는 이후 나눔의 삶을 살기로 마음먹고 100만 달러(약 13억8000만 원)를 뉴욕 성 바오로 정하상 퀸즈한인천주교회에 기부하며 “어려운 아이들 교육에 써 달라”고 했다. 또 가톨릭대 간호대에도 거액을 선뜻 기부했다. 김 씨는 “간호대 후배들이 훌륭한 환경에서 교육받길 바라며 먼저 주님의 곁으로 떠난 두 남매가 기억되면 좋겠다”고 했다. 김 씨는 2018년에도 가톨릭대에 1만 달러(약 1380만 원)를 기부했다.

이화성 가톨릭대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은 “평생 모은 재산을 흔쾌히 기부해 주신 결정에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가톨릭중앙의료원은 간호대 3301호실을 ‘김미지 대강의실’로 명명한다고 밝혔다.



박경민 기자 me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