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칼린 첫 창극 ‘만신…’ 내달 공연 “美 원주민-아마존 부족-전쟁 아픔 판소리에 각국 토속음악 더해 표현”
창극 ‘만신: 페이퍼 샤먼’에는 국립창극단 단원 30명이 모두 출연해 판소리를 비롯해 내림굿, 씻김굿 등 여러 종류의 무가를 들려준다. 국립극장 제공
1995년 뮤지컬 ‘명성황후’의 음악감독으로 데뷔한 박칼린이 처음으로 창극 연출에 나선다. 국립창극단이 다음 달 26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선보이는 창극 ‘만신: 페이퍼 샤먼’을 통해서다.
박 연출가는 “예민함을 타고난 주인공이 사람과 자연에 보탬이 되고자 굿을 하며 수많은 넋을 달래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극작과 연출, 음악감독을 겸한 그는 “세계 각지에서 전쟁 등으로 고통받고 있는 모든 영혼을 달래주고 싶어 만신(萬神)의 이야기를 써 내려갔다”고 했다.
작창은 국립창극단 단장 출신인 안숙선 명창이 맡았다. 창극단 간판 소리꾼 유태평양이 작창을 보조했다. 음악은 판소리와 민요, 민속악에 무가(巫歌)를 더해 만들었다. ‘실’이 오대륙 샤먼을 만나고부터는 세계 각지의 토속음악이 가미된다. 유태평양은 “아프리카, 아마존 등지의 토속음악을 조사하면서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3박 계열 리듬이 주류를 이룬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토속음악을 살짝 변형해 우리 전통 선율을 얹고, 국악기를 적절히 배치함으로써 조화를 이루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무대에는 약 4m 높이의 나무와 언덕, 개울 등을 설치해 북유럽 숲부터 한국의 작은 마을, 아프리카 해변까지 오간다. 굿에 사용되는 일부 무구(巫具)는 종이로 제작된다. 박 연출가는 “종이는 자연에서 오고, 역사를 써 넣을 수 있다. 운명이 종이 한 장 차이로 엇갈린다는 의미를 드러내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