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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이은 경찰대 출신 경찰 5명중 4명 사표…어디로 갔나 봤더니

입력 | 2024-05-31 11:21:00



2025학년도 경찰대 신입생 모집 접수가 30일 마감된 가운데 동아일보가 경찰대 졸업 후 경찰관이 된 아버지의 뒤를 이어 경찰대 출신·경찰관이 된 ‘2세대 경찰대 출신 경찰관’ 들의 행적을 추적해본 결과 5명 중 4명이 법조계로 자리를 옮겼거나 퇴직을 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3명은 경찰대 졸업 후 의무복무기한인 ‘6년 근무’을 채우지 않은 채 경찰직을 이탈했고 이중엔 현직 치안감의 아들까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내부에선 ‘아버지 세대’와 달리 “경찰대가 경찰 간부를 육성하는 곳이 아닌 법조계 입문 코스 중 하나로 전락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 대형 로펌, 판사 등 법조계로

31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아버지와 아들이 모두 경찰대를 나와 경찰에 입직한 ‘경찰대 부자(父子)’는 총 5쌍이다. 그 중 ‘1호’는 경찰대 1기 출신으로 일선 경찰서장을 지낸 김모 전 총경과 28기 출신 김모 씨(35)다. 김 씨는 2012년 3월 졸업 및 임용식에서 “아버지를 본받아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경찰관이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김 씨는 경찰관으로서 실제 근무는 거의 하지 않은 채 퇴직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씨는 경찰관 신분이던 기간 동안 교육파견 명목으로 서울대 석사과정에 진학했고, 사법고시에 합격한 뒤 사법연수원 기간 2년간 ‘연수 휴직’을 받는 등 일선 경찰 업무는 사실상 하지 않고 퇴직했다. 김 씨는 현재 변호사로 전직해 2019년부터 국내 대형 법률사무소에서 근무하고 있다.

3기 출신으로 전남의 한 경찰서장을 지낸 김모 전 총경의 아들 29기 김모 씨(34)는 판사가 됐다. 그는 김 씨는 졸업 후 2013년부터 경찰 근무 중 2014년 사법시험 56회에 합격한 뒤 2015년 2월 퇴직했다. 2013~2015년은 의경 소대장으로 군 대체복무를 한 기간임을 감안하면 김 씨 역시 사실상 실무엔 발을 들이지 않은 것. 그는 퇴직 후엔 사법연수원 46기로 2017년 연수 마치고 그해부터 국내 대형 법률사무소 변호사로 일하다 2022년 법조경력자 신임법관에 합격해 현재 판사로 근무중이다.

5기 박모 치안감의 아들인 36기 박모 씨(27)도 지난해 경찰을 이탈했다. 박 씨는 격무 부서인 서울 일선 경찰서 경제팀에서 성실히 근무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번아웃 등의 이유로 지난해 퇴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씨를 비롯해 김 씨 등 퇴직한 ‘2세대 경찰대 출신 경찰관’ 3명은 모두 의무복무기한(6년)을 채우지 않고 나간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대학 설치법 제10조는 ‘경찰공무원으로 임용된 사람은 6년간 경찰에 복무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2023년 기준 경찰대생 한 명이 재학 중 지원받은 학비·기숙사·교재비 등 총액은 7197만 원에 달한다. 의무복무기간을 채우지 못한 기간이 길수록 상환해야 할 금액도 늘어나는데, 이 같은 불이익을 감수하고서라도 경찰을 떠난 것이다.

아직 경찰에 몸담은 나머지 2명 중 한 명 역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진학을 택한 상황이다. 5기 출신으로 재직 중 순직한 고 서모 총경의 아들 37기 서모 경위(26)는 올해 서울 소재 한 로스쿨에 진학한 것으로 전해졌다.

2기 김모 총경의 아들 29기 김모 경감(34)만이 유일하게 경찰 본업을 이어가고 있다. 김 경감은 현재 경기 수원남부경찰서 산하 지구대에서 팀원으로 근무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경제팀에서 수사 업무를 해오다 2년 전 지구대로 옮겨온 것으로 전해졌다. 김 총경 역시 현직으로 근무 중으로, 두 사람은 유일한 경찰대 출신 현역 경찰 부자다.

● “경찰대가 하나의 대학으로 전락”

경찰 내부에서는 이런 ‘2세대 경찰대 출신 경찰관’ 들의 경찰 이탈이 “각자도생 시대의 흐름을 방증하는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 한 경찰서에서 근무 중인 경찰대 출신 한 1990년대생 경찰관은 “조직에 기대하지 않고 각자도생하는 시대 흐름을 방증하는 것 아니겠느냐. 개인을 탓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찰대 출신 1990년대생 경찰관은 “최근 1, 2년새 졸업생들은 법조계 진출 분위기가 과열돼서 아예 입직조차 않고 바로 로스쿨로 향하는 경우도 많다”며 “경찰대가 경찰 간부를 육성하는 곳이 아닌 하나의 대학일 뿐이라는 인식이 커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경찰대생의 로스쿨 진학은 내부적으로 심각하게 바라볼 만큼 눈에 띄게 늘어났다. 지난해 기준 전국 25개 로스쿨에 경찰대 출신 합격자만 87명으로, 경찰대 신입생 정원(50명)보다 많았다. 2015년 경찰대 출신의 로스쿨 합격자가 31명을 기록한 이후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경찰 간부 양성’이라는 본래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 및 경찰대 위상의 하락에서 비롯된 구조적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경찰대 출신 고위 관계자는 “노무현 정부 이후 지금 정부에 이르기까지 경찰대가 개혁 대상으로 지목되지 않은 적이 없다”고 전했다. 윤석열 정부에서도 행정안전부 산하 경찰제도발전위원회(경발위)가 경찰대 폐지를 거론하기도 했다. 한 경찰 관계자는 “경찰대를 나온 경찰들 마저도 경찰의 위상을 높게 생각하지 않으니 비롯된 현상 아니겠느냐”며 “경찰 직군 자체에 대한 위상을 높여줘야 그나마 이탈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원영 기자 o0@donga.com
송유근 기자 bi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