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 빙(BING) AI 생성 이미지. 입력어(프롬프트)는 ‘운항 중에 난기류를 만난 대한항공 항공기’.
“코리안에어 082편 현재 3만8000(피트,ft) 고도로 경로 계속 유지하겠습니다.”(대한항공 KE082편 항공기 기장)
최근 런던에서 출발해 싱가포르로 향하던 여객기가 난기류를 만나 태국 방콕에 비상착륙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승객 1명이 숨지고 85명이 부상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리 예측하기 어려운 난기류가 항공업계에서 이슈가 되고 있다. 이번 대한항공 운항관리사와 항공기 기장의 위성교신 역시 난기류 정보 확인과 공유에 중점을 뒀다.
김성진 대한항공 운항관리사가 뉴욕에서 출발한 KE042편 항공기 기장과 위성교신을 하고 있다.
기상정보가 표시된 운항관리사 책상 위 디바이스
항공여행 수요 증가로 여객기 운항이 늘어나는 가운데 대한항공이 전면 리뉴얼을 거친 종합통제센터(OCC)와 항공의료센터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항공안전전략실과 정비격납고, 객실훈련센터 등 다른 핵심시설도 함께 선보였다.
근무자 임무가 막중하고 불리는 별명까지 거창하기 때문에 진지하고 엄숙한 업무 공간일 것으로 예상했지만 오후 시간대 센터 내 분위기는 여유로워보였다. 작년 12월 리모델링했기 때문에 최신 설비가 갖춰졌고 공간도 넓어 전반적으로 쾌적한 분위기다. 센터 정면을 기준으로 오른쪽은 김포공항 활주로가 보이는 기다란 대형 창문으로 이뤄졌다. 탁 트인 공항 활주로 전망이 이색적이다. 직원 개인 책상에는 기본적으로 모니터 3개가 놓여 있다. 경로정보와 기상정보, 지도 등을 표시하는 신기하지만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쉽지 않은 화면들이 켜져 있었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지면서 직원 자리도 하나둘씩 비워졌다.
대한항공 강서구 본사 종합통제센터(OCC). 전면에 항공기 항적 등을 보여주는 대형 스크린이 있다.
대한항공 강서구 본사 종합통제센터(OCC). 황윤찬 대한항공 통제운영팀 네트워크OPS그룹장이 월스크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대한항공 강서구 본사 종합통제센터(OCC) 월스크린
세부적으로 운항관리센터(FCC)는 항로와 연료, 탑재량, 비행시간 등을 산출하고 항공기가 계획대로 운항하고 있는지 모니터링하는 것이 주요 업무다. 이를 통해 운항승무원에게 안전 운항 정보를 지원한다. 최적 항로 구성으로 비행시간 단축과 연료를 절감하는 역할도 맡는다. 정비지원센터(MCC)는 말 그대로 운항 중 항공기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필요한 경우 정비 기술을 지원한다. 지상 업무와 관련해서는 정비 작업 일정을 조율하고 해외 지점 정비사를 지원하는 업무도 담당한다.
대한항공 강서구 본사 종합통제센터(OCC) 입구
대한항공 강서구 본사 종합통제센터(OCC)
대한항공 강서구 본사 종합통제센터(OCC) 회의실
OCC 내 4개 센터는 각기 역할과 이름이 다르지만 궁극적으로 ‘안전 운항’을 위한 부서라는 공통점이 있다. 종합통제센터를 종합안전센터로 불러도 무방할 정도로 모든 시스템이 안전에 집중돼 있다. 대한항공 측은 리모델링을 통해 최신 설비를 갖추고 안전 관련 업무를 집약했기 때문에 설비 개선 만으로도 이전보다 효율적이고 빠른 대응이 가능해졌다고 강조했다. OCC는 소통(Communication)과 협력(Coordination), 협업(Cooperation) 등 3가지를 핵심으로 운영된다고 한다. 안전 운항을 위해 여러 부서가 협업해야 하는 만큼 원활한 소통과 협력이 필수다. 각 분야 전문가들이 최적 결론을 도출할 수 있도록 OCC 중앙에 의사결정 존(Zone)을 마련한 것이 특징이다.
대한항공 강서구 본사 종합통제센터(OCC) 내 사무공간
대한항공 강서구 본사 종합통제센터(OCC) 휴게실
안전정책은 안전 운항을 위한 국내외 규정 및 환경 변화에 맞춰 최소 연 1회 개정한다. 항공안전전략실은 수립된 안전정책을 각 근무자와 작업자에게 알리는 역할도 담당한다. 안전 위해 요소를 최소화하기 위해 위험도 관리도 실시한다. 안전 위해 요인 식별과 1차 위험 평가, 위험도 경감 조치, 2차 위험 평가 순으로 이뤄진다.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과 최신 항공기 기재 도입, 펜데믹(세계적 대유행) 등 다양한 변수가 복합적으로 발생하는 최근 항공업계에서 위험도 관리 중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고 그런 만큼 항공안전전략실의 역할도 커지는 추세다. 여기에 안전 담당 팀장급이 참석하는 안전보안월례회의와 부서장급 직원이 갖는 안전 운항 관리자 회의, 부사장급 이상이 모이는 중앙안전위원회 등 안전 관련 회의체도 주관한다. 이밖에 안전 성과지표를 기반으로 안전 목표 달성에 대한 보상과 사내 안전문화 정착 활성화 등의 업무도 항공안전전략실이 맡는다.
대한항공 본사 항공의료센터
기본적으로 항공의료센터는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정기 건강검진을 시행하고 있다. 특히 승무원들은 고도와 기압 등 지상과 다른 환경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건강관리에 더욱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승무원 건강 역시 안전 운항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이라는 취지다. 이에 따라 승무원에 초점을 맞춰 다양한 건강 증진 프로그램을 도입해 운영 중이다. 일반사람들이 보기에는 화려한 직업이지만 불규칙한 스케줄 근무일정과 신체 적응이 쉽지 않은 환경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건강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직원들이 생각보다 많다고 한다.
대한항공 본사 항공의료센터
스트레스 관리에도 힘을 쏟고 있다. 매년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마음 건강검진을 시행한다. 이를 위해 사내 심리상담실(휴클리닉)을 마련해 임상심리전문가 2인이 상주하고 있다. 직원들은 필요 시 심리상담을 받을 수 있고 상담 내용은 철저하게 비밀에 부쳐진다고 대한항공 측은 전했다. 여기에 비행 중 겪는 사건으로 인한 트라우마 관리도 승무원을 대상으로 이뤄진다.
대한항공 본사 항공의료센터
대한항공 본사 항공의료센터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마약에 대한 검사도 항공의료센터가 담당한다. 마약검사는 법적 기준에 맞춰 국내로 복귀한 승무원 중 5% 규모 인원을 무작위로 선정해 불시에 이뤄진다고 최 센터장은 전했다. 간이(시약) 마약검사를 진행하고 양성이 나오면 정밀검사를 실시하는 절차가 있는데 실제로 마약검사에서 양성이 나온 경우는 없었다고 한다. 다만 정밀검사 후에도 양성이 나오면 국토교통부와 사법기관에 신고하는 것이 절차라고 설명했다.
대한항공 본사 항공의료센터
대한항공 본사 항공의료센터. 기내 응급구호키트.
대한항공 본사 항공의료센터
대한항공은 안전 운항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 항공의료센터와 기내 의료기기, 응급처치 방식 보완 등 의료 대응 체계 강화도 지속적으로 병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한항공 객실훈련센터
대한항공 객실훈련센터에서 훈련을 받는 승무원.
본사 건물 옆에 위치한 객실훈련센터는 지난 2003년 문을 열었다. 지하 2층~지상 2층, 연면적 7695㎡ 규모를 갖췄다. 실제 상황처럼 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보잉747 등 항공기 동체 일부와 동일한 시설이 설치돼 객실(예비)승무원 훈련 용도로 사용된다. 항공기 기종별 도어도 훈련용으로 배치해 실습에 활용된다. 가로 25m, 세로 50m 크기 대형 수영장 시설도 있다.
연간 1회씩 모든 승무원은 정기적으로 안전 훈련을 받고 신규 기재 도입 등 상황에 따라 수시로 훈련과 교육이 이뤄진다고 한다. 센터는 항공기 도어 작동 실습실, 비상장비 실습실, 응급처치 실습실, 비상사태 대응 훈련 시설 등으로 구성됐다.
대한항공 객실훈련센터
대한항공 객실훈련센터 훈련용 항공기 동체 설비
안전을 책임지는 직원을 육성하는 시설인 만큼 교육을 진행하는 직원(교관)의 목소리는 사뭇 진지했다. 예상치 못한 비상착륙 상황에서 승무원은 탈출 명령어를 사용하면서 탈출 지휘를 하게 되는데 실습 시연을 통해 확인한 탈출 명령어는 고압적이고 강렬했다. “머리 숙여”, “자세 낮춰” 등을 외치는 모습이 두 얼굴의 승무원처럼 느껴졌다. 승객 신체를 보호하고 안전을 신속하게 확보하기 위해서는 이렇게 단호하고 명확한 명령이 필수라고 한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겨야 하는 긴급 상황에서 어쭙잖은 예의나 배려는 사치일 뿐이라는 취지다.
대한항공 객실훈련센터 항공기 도어 작동법 시범.
대한항공 객실훈련센터 기내 난동 제압 실습실에서 테이저건을 격발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승무원이 휴직 등으로 인해 정기 안전 훈련을 받지 못한 경우 업무 복귀 전 재임용 훈련 과정을 반드시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안전을 위해서는 한 치의 타협도 없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객실훈련센터 훈련용 수영장 시설
대한항공 객실훈련센터에서 직원이 구명조끼 착용법을 보여주고 있다.
대한항공 객실훈련센터
대한항공 객실훈련센터
김포 격납고는 대한항공 본사 중심부에 있다. 사무실 공간 복도에서 격납고를 볼 수 있다. 길이 180m, 폭 90m 크기 대형 시설로 축구장 2개를 합친 규모에 해당한다. 천장까지는 25m로 아파트 10층 높이다. 대형기 2대와 중·소형기 1대 등 항공기 총 3대를 동시에 수용할 수 있다. 인천공항에도 김포와 동일 규모 격납고가 있고 부산 테크센터에는 항공기 페인트 격납고가 있는데 국내에서 유일한 시설이라고 한다. 자체 도색작업이 가능하다. 부천과 인천에는 항공기 엔진 정비 공장이 있다. 엔진 부품을 분해하고 검사·수리를 거쳐 원상태 그대로 복원하는 최상위 정비 단계 오버홀(Overhaul)이 가능하다고 한다. 현재 인천 영종도 엔진테스트 셀 옆 부지에는 신규 엔진 정비 공장 증축을 진행 중이다.
대한항공 본사 정비 격납고
대한항공 본사 정비 격납고
대한항공 강서구 본사.
김민범 동아닷컴 기자 mb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