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통해 장애 치료한 소년-소녀… 시각-청각 정보 구성 못해 ‘혼돈’ 좌충우돌 적응기 담담히 그려내… 듣고 보는 행위의 신비로움 조명 ◇내게 없던 감각/수전 배리 지음·김명주 옮김/344쪽·1만8800원·김영사
어릴 적 백색증으로 인한 시각장애를 앓은 뒤 인공 수정체 삽입술을 받아 시력을 회복한 리엄 매코이. 그는 시력 회복 후 사물을 볼 수만 있을 뿐 전체 맥락을 해석할 수 없어 큰 혼란을 겪었다. 김영사 제공
‘사흘만 세상을 볼 수 있다면 첫째 날은 사랑하는 이의 얼굴을 보겠다. 둘째 날은 밤이 아침으로 변하는 기적을 보리라. 셋째 날은 사람들이 오가는 평범한 거리를 보고 싶다.’
장애를 극복한 사회복지사업가 헬렌 켈러(1880∼1968)의 저서 ‘사흘만 세상을 볼 수 있다면’의 일부다. 그는 “단언컨대 본다는 것은 큰 축복이다”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과학적으로 볼 때 선천적 시각장애인이 시력을 회복한 뒤 곧바로 이런 기쁨을 느낄 가능성은 크지 않다. 유아 때 자연스러운 발달을 겪지 못한 탓에 3차원 풍경을 선과 색깔들이 뒤죽박죽 섞인 정체불명의 무언가로밖에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같은 원리로 선천적 청각장애인이 청력을 회복하면 오히려 세상을 교란하는 소음에 시달린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
매코이가 그린 추상화. 저자는 그림 중간의 삼각형과 옆에 붙은 직선(붉은색 원 안)을 깃대에 꽂힌 깃발로 인식했지만, 매코이에겐 별도의 직선과 삼각형으로만 보였다. 김영사 제공
담지는 태어날 때부터 항공기 엔진이 울리는 소리에 해당하는 90dB(데시벨) 이하의 소리는 아예 듣지 못했다. 열두 살 때 인공와우를 이식받아 청력을 회복한 뒤 그는 “모든 소리가 무서웠다”고 회고한다. 우리는 목소리, 자동차 소리, 빗소리 등을 뚜렷이 구별할 수 있지만 담지에겐 그저 모든 음파가 뒤섞인 괴성일 뿐이었다. 책에는 그가 훗날 바람에 금속 방충망이 흔들리는 소리와 두툼한 빗자루로 바닥을 쓰는 소리를 좋아한다고 말하게 되기까지의 수많은 여정이 있다.
신간은 두 소년 소녀가 새로운 감각에 적응해 나가는 과정을 담담한 필치로 그려낸다. 발달을 의식적으로 배워 나가는 과정을 꼼꼼히 묘사해 그동안 당연하게만 여겨졌던 듣고 보는 행위의 신비로움을 잘 나타낸다. 두 사람의 인간적 이야기와 함께 과학적 설명이 적절히 균형 잡혀 있는 것도 인상적이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