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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첫 검사 탄핵’ 기각됐지만 ‘공소권 남용’ 지적 무겁게 새겨야

입력 | 2024-05-31 23:24:00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의 피해자 유우성 씨를 보복 기소했다는 이유로 국회에서 탄핵소추된 안동완 부산지검 2차장검사에 대한 탄핵 청구가 기각됐다. 헌법재판소는 지난달 30일 재판관 9명 중 반대 5명, 찬성 4명의 의견으로 안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를 기각했다. 탄핵이 인용되려면 헌법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의결 정족수에 2명이 부족해 파면을 면한 것이다.

유 씨는 2013년 간첩 혐의로 구속 기소됐지만 국가정보원이 증거를 위조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무죄가 선고됐다. 이후 검찰은 2010년 기소유예 처분했던 유 씨의 대북 송금을 다시 수사해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별도로 기소했고 안 검사가 주임검사였다. 대법원은 자의적 공소권 행사라는 이유로 공소 기각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번 탄핵 재판의 쟁점은 안 검사의 기소가 위법에 해당하는지, 그렇다면 탄핵할 만큼 중한 것인지 여부였다.

재판관 4명은 안 검사를 파면해야 할 만큼 법을 심각하게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유 씨에게 실질적인 불이익을 가할 의도에서 공소제기 권한을 남용했다”는 등의 이유에서다. 다른 재판관 2명은 안 검사가 현저하게 불합리한 기소로 검찰청법 등을 어겼지만, 탄핵을 인용할 만큼 중대하지는 않다고 봤다. 결국 전체 재판관 중 3분의 2인 6명이 안 검사의 공소권 남용을 인정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기각이 되기는 했지만 면죄부를 준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검사는 일부 고위공직자 범죄와 군 범죄를 제외한 모든 범죄에 대한 기소를 독점하고 있다. 막강한 권한이 주어진 만큼 검사는 피의자·피고인의 정당한 권리를 보호하고 억울하게 법정에 서는 일이 없도록 할 책임도 지고 있다. 유 씨는 조작된 간첩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가 무죄 판결을 받은 만큼 다른 혐의가 발견되더라도 기소에 더욱 신중해야 했다. 그런데 오히려 뚜렷한 근거 없이 무리하게 기소함으로써 고통을 가중시켰다는 것이 헌법재판관 다수의 의견이다. 검찰은 헌재의 판단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절제된 공소권 행사의 중요성을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