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노소영 이혼 항소심 판결] 재판부 “경영자 배당금 등 보상 다양… 급여 이외 가치 뛴 주식도 분할 대상” SK뿌리 대한텔레콤株 구매관련… “崔부친에 물려받은 돈 단정못해” 이혼때 주식분할 崔매제도 거론… “퇴직금-혼외자 학비도 분할해야”
최태원 SK그룹 회장
법원이 최태원 SK그룹 회장(64)에게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63)과 이혼하며 재산 1조3808억1700만 원을 현금으로 분할하라는 판결을 내리면서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의 ‘연봉 1달러’ 사례를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최 회장이 SK㈜ 주식의 뿌리로 볼 수 있는 대한텔레콤 주식을 부친인 최종현 선대회장의 증여금으로 샀다는 주장도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 경영 기여로 가치 뛴 주식도 분할 대상
● ‘7분 만에 11km 떨어진 은행 간 거래 불가능’
선대회장 증여금으로 주식을 샀다는 최 회장의 주장에 대해선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놨다. 최 회장은 혼인 기간 중인 1994년 11월 2억8000여만 원을 주고 유공으로부터 대한텔레콤 주식 70만 주(주당 400원·현 SK㈜ 주식)를 구매했다. 이 주식은 SK C&C를 거쳐 SK㈜ 주식이 됐다. 최 회장은 1994년 이전에 선대회장에게 증여받은 돈으로 산 주식이라 재산 분할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반면 노 관장은 1988년 혼인 후 부모인 노태우 전 대통령 부부에게 증여받은 현금도 주식 구매에 쓰였다고 맞섰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선대회장에게 증여받았다는 최 회장 명의 계좌 속 현금 2억8000여만 원과 최 회장이 주식 구매에 쓴 자기앞수표가 같은 돈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1994년 5월 31일 선대회장 계좌에선 3690만 원이 현금으로 인출됐고 2억5000만 원이 다른 계좌로 이체됐다. 5개월 뒤 최 회장 명의 계좌로 현금과 수표 2억8697만 원이 입금됐다. 재판부는 선대회장 계좌에서 2억5000만 원이 이체된 계좌가 특정되지 않고, 5개월 사이 자금 흐름을 전혀 알 수 없다며 두 자금의 동일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또한 최 회장은 1994년 11월 21일 서울 성북구에 있는 제일은행 석관동 지점에서 2억8000여만 원을 전액 현금 인출했고, 7분 뒤 약 11km 떨어진 중구 조흥은행 광교영업부에서 2억8000만 원짜리 자기앞수표를 유공에 입금해 주식을 취득했다. 재판부는 최 회장이 주식 거래 과정을 입증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를 제출하지 못해 이런 거래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봤다.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노 관장이 부친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 원’ 존재를 뒤늦게 주장한 이유에 대해 재판부는 이 사실이 밝혀지면 해당 자금을 추징당할까 봐 30여 년간 숨겨 왔다고 봤다. 노 관장은 노 전 대통령이 1991년경 최 선대회장에게 비자금 300억 원을 맡겨두고 선경건설 발행 약속어음 50억 원짜리 6장을 받았고, 김옥숙 여사가 이를 보관하고 있었다고 항소심에서 처음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 여사가 ‘채권 500억-쌍용, 선경’이라고 적힌 대봉투에 각각 ‘쌍용 200’ ‘선경 300’이라 적힌 소봉투를 담아 보관해온 사실도 공개했다.
재판부는 최 회장이 2020∼2023년 받은 SK 주식 배당금에서 공동생활비를 뺀 1862억여 원과 퇴직금 242억여 원, 동거인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에게 준 생활비와 혼외자 학비 등도 모두 재산 분할 대상이라고 판단했다. 또한 최 회장이 증여한 9942억 원어치의 SK 주식과 최 회장이 쓴 대출이자 1950억여 원 등도 노 관장의 동의가 없었거나 부부 공동 생활과 관련된 재산이라고 봤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