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유죄” 34번 선언에 꿈쩍 않던 트럼프, 법정 나서며 “치욕스럽다”

입력 | 2024-06-01 01:40:00

[트럼프 34개 혐의 모두 유죄]
평결뒤 배심원단 얼굴 찬찬히 응시
기자들 송고에 인터넷 끊기기도
건물밖 환호성 15층 복도까지 들려




“유죄(Guilty).”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성추문 입막음’ 형사재판이 열린 뉴욕 맨해튼 법정. 그의 유죄 여부를 판가름하는 12명의 배심원단을 대표하는 배심원단 대표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34개 혐의에 대해 약 3분간 총 34번 ‘유죄’를 선언했다.

CNN 등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모든 혐의에 대한 유죄 평결이 내려지는 동안 입술을 다문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평결 발표를 마친 뒤 배심원단 각각의 얼굴을 찬찬히 응시했다. 법정을 가득 채운 기자들이 앞다퉈 평결 소식을 실시간으로 전하면서 과부하로 법정 내 무선 인터넷이 잠시 끊기는 일도 벌어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평결이 끝난 후 자신의 3남 2녀 중 이날 법정에 나온 차남 에릭과 악수했다. 에릭은 법정을 나오는 부친의 등에 손을 얹었다. 장녀 이방카는 인스타그램에 젊은 시절의 부친이 꼬마 소녀였던 자신을 안고 있는 사진을 올리며 ‘사랑해요, 아빠’라고 썼다.

법정 밖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와 반대파들이 세 대결을 펼쳤다. 환호성을 지른 반대파의 목소리가 워낙 커 재판이 열렸던 법정 건물 15층 복도까지 들렸다고 AP통신이 전했다.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조 바이든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도 환호가 터졌다고 덧붙였다. 반면 트럼프 지지자들은 “무죄!(Not Guilty)”를 외쳤고 일부는 욕설을 퍼부었다. 일부 지지자는 ‘2020년 대선 사기’를 주장하는 의미에서 거꾸로 된 성조기를 흔들었다.

평결 전만 해도 트럼프 전 대통령, 토드 블랜치 변호사의 표정은 밝았다. 두 사람은 얼굴을 가리고 웃으며 농담도 주고받았다.

하지만 재판을 담당하는 후안 머천 판사가 오후 4시 40분경 “배심원단의 평결이 나왔다”고 밝히면서 법정 분위기는 무거워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오후 5시 19분경 상기된 얼굴로 법정을 나왔다. 취재진 앞으로 향하기 전 두어 번 눈을 질끈 감더니 “치욕스럽다(disgrace)”고 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