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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4기 새로 짓는다… 9년만에 신설 계획

입력 | 2024-06-01 01:40:00

2038년까지 ‘무탄소’ 39 → 70%로




2038년까지 대형 원자력발전소가 최대 3기 새로 건설되고 소형모듈원전(SMR) 1기가 설치되는 등 신규 원전 4기가 추가로 들어선다. 원전과 신재생에너지를 더한 무탄소 비중은 2배 가까이로 늘어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31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경제인협회(FKI) 타워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실무안을 공개했다. 전기본은 2년 주기로 수립되는 15년 단위 중장기 계획으로 전력 수요 전망과 발전소 공급 계획 등을 담고 있다.

실무안을 만든 ‘전력수급기본계획 총괄위원회’는 2038년까지 정부에 1기당 발전량이 1.4GW(기가와트)인 원전 3기를 추가 건설할 것을 권고했다. 현재 개발이 진행 중인 SMR을 0.7GW 용량으로 신설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전기본에 새로운 원전 건설 계획이 포함된 건 신한울 3, 4호기 계획이 담겼던 2015년 7차 전기본 이후 9년 만이다.

원전과 신재생에너지, 수소 등을 포함한 ‘무탄소에너지(CFE)’ 비중은 지난해 39.1%에서 2038년 70.2%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전기본 총괄위원장을 맡은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이번 전기본은 무탄소에너지 70% 시대 비전을 제시하며, 무탄소 전원의 두 축인 원전과 재생에너지의 균형 있는 확대를 추구했다”고 설명했다.




AI發 전기수요 늘어 원전 신설… 2038년 ‘무탄소 에너지’가 70%


정부, 11차 전력수급 실무안 발표
차세대 소형모듈원전 1기도 건설
원전 확대 막는 野와 충돌 불보듯
野, 법안 저지-예산 삭감 가능성
정부가 31일 발표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실무안의 핵심은 2038년까지 현재 대비 31.1%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전력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발전원별 추가 공급 계획을 제시하는 것이다. 전기본 총괄위원회는 지난해 최대 98.3GW였던 전력수요가 2038년에는 30.6GW 증가한 128.9GW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원전으로만 환산할 경우 20∼30기가 더 필요한 분량이다.

● “반도체, AI 성장으로 전력 수요 대폭 증가”

위원회는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인공지능(AI) 확산으로 인한 데이터센터 조성 등에 대규모 전력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AI 산업 성장으로 반도체 및 데이터센터 전력수요가 2030년엔 지난해 대비 2배 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창의융합대학 학장은 “이번 전기본은 10차 계획 때보다 목표 공급량을 대폭 상향했다”며 “전력 수요가 많은 첨단 산업 성장 추세 등을 감안할 때 합리적인 수준에서 증가한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위원회 추산에 따르면 전력 예비율 22% 등을 고려한 필요 설비는 2038년까지 157.8GW에 이른다. 기존 건설계획 등을 통해 확정된 설비는 147.2GW로, 현재로선 10.6GW가 모자랄 것으로 예상되는 셈이다. 위원회는 이 중 4.4GW를 원전으로 채우도록 권고했다. 이에 따라 1.4GW 용량 원전 3기가 새로 건설된다. 대형 원전은 부지 확보부터 준공까지 13년 11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 2038년까지 완공하려면 빠른 시일 내 사전 작업에 착수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전기본에는 ‘차세대 원전’인 소형모듈원전(SMR) 건설 및 실증 계획도 처음으로 포함됐다. 원전 주요 부품을 소형화한 SMR은 기존 원전에 비해 조립이 쉽고 건설 기간도 짧다. 대량의 냉각수가 필요한 대형 원전과 달리 입지 제약이 적어 반도체 파운드리, 데이터센터 등 첨단산업단지 전력 공급 수단으로 적합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는 현재 개발 중인 혁신형 SMR의 설계를 2025년까지 완료하고 2028년엔 표준설계 인허가를 취득할 계획이다.

● “야당, 원전 확대 견제 가능성”

한편 위원회는 2030년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1.6%로 2년 전 10차 전기본 때와 같은 수준으로 유지했다. 10차 전기본 수립 당시 정부는 2030년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문재인 정부 때 목표치였던 30.2%에서 8.6%포인트 줄였다. 당시 이를 두고 윤 정부가 탈(脫)원전 정책 폐기를 공식화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신재생에너지 비중 확대’를 주장하는 더불어민주당과 원전 확대를 추진하는 정부가 서로 대립할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 기후행동의원모임은 이날 논평을 내고 “이미 국내 원전 밀집도는 세계 1위인 상황”이라며 “탄소중립 방법은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더욱 빠르게 확대하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야당이 전기본 내용에 반대하더라도 이를 직접 저지할 수는 없다. 전기사업법에 따르면 전기본은 확정 전 국회 상임위 보고 절차가 있지만,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입법과 예산 심사 등 간접적인 방법으로 제동을 걸 수는 있다는 것이 정부 안팎의 관측이다. 한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야당이 고준위법 등 원전 확대에 핵심적인 법안을 저지하거나 관련 예산을 삭감하는 방법으로 원전 정책 속도를 늦추려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종=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