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소멸에 맞서는 청년들의 이야기-4회 고흥 청년마을 ‘신촌꿈이룸마을’ 정지영 대표
마음이 아픈 두 청년이 있었다. 어릴 때부터 요리하기를 좋아했던 장중한 씨. 고향인 부산에서 관련 사업을 하던 중 심장에 이상 신호가 왔다. 10년 전 어머니가 귀촌해 있던 전남 고흥으로 지난해 휴양을 왔다가 포두면 신촌마을 이장이던 정지영 씨를 만났다.
“모자와 문화예술 관련 활동을 함께 하면서 그의 성실함과 기획력, 사고의 유연함에 매력을 느끼게 됐습니다.”
마침 행정안전부의 청년마을 지원 사업에 응모하려던 정 이장은 장 씨를 기획팀장으로 전격 채용했다. 호남 최남단 고흥에 자리잡은 청년마을 ‘신촌꿈이룸마을’의 기획서가 탄생했고 최종 선정됐다. 정 이장의 선발 능력이 귀한 인연을 이룬 사례다.
고흥 ‘신촌꿈이룸마을’ 장중한 기획팀장(왼쪽)과 김진우 홍보팀장이 유기농 텃밭에서 마을을 바라보고 있다. 고흥=신석호 기자.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의 능력 뒤편이 있는 아픔을 알게 되었고, 활동을 통해 서로를 보완하고 치유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5월 18일 기자가 이곳을 방문했을 때 마을 이곳저곳을 안내해 준 장 팀장과 김 팀장은 얼굴에 건강이 넘쳐흘렀다. 표정과 말 속에는 나로호 발사장으로 유명해진 땅끝 고흥의 건강한 자연이 흠씬 묻어났다. 마복산과 비봉산, 고흥 바다에 둘러싸인 조용한 촌마을이 주는 아늑함. 자신의 재능이 좋은 일에 쓰인다는 자기 효능감, 누군가 나의 내면을 알아보고 소통해준다는 안정감 등이 두 청년의 마음을 치유했던 것이다. 사람을 알아보고 적재적소에 소임을 주는 일. 청년마을을 이끌어가는 정 대표의 ‘인재 채용 리더십’이다.
‘신촌꿈이룸마을’ 대표 정지영 씨. 본인 제공.
필요한 사람을 찾아내고 내 편으로 만드는 것과 동시에 고향 사람들을 하나로 연결하고 외지 청년들을 불러들이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도 중요했다. ‘콘텐츠 기획 리더십’이라고 할 수 있다. 마을 주민들의 농사, 취미, 공동작업 활동 등을 사진으로 남겨 외지에 사는 가족들이 찾는 명절에 마을 사진전을 열고 사진이 담긴 앨범과 달력을 가족에게 전달했다. 앵무새 체험장, 마굿간, 서핑스쿨 등 동료 정착 주민들이 만든 프로그램을 묶었다. 지자체의 공동체 사업을 적극적으로 유치해 마을 편백숲 쉼터 조성, 신촌꿈이룸센터 건축 등 유무형의 마을 자산을 창출했다. 신촌마을 주민들은 이런 노력을 인정해 정 대표를 고흥에서 가장 어린 이장님(2022∼2023년) 으로 만들어 주었다.
정지영 대표(왼쪽)가 지난해 방문한 청년마을 대표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본인 제공.
“어떤 마을의 운영진은 어머니가 저보다 어렸어요. 처음엔 이질감도 많이 느꼈지만 젊은 에너지와 사업수완에 감탄하며 한편으론 뒤지지 않기 위해 무단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인생 선배로서, 로컬 생활을 미리 경험한 삼촌 같은 느낌으로 이야기를 들어주다보니 상담자역할을 하게 되었어요.”
고향이 아닌 곳에서 사업을 시작하는 청년들은 지역 주민이나 지자체 관계자들과 어떻게 하면 친해질 수 있는지, 나와 사업을 어떻게 잘 어필할 수 있는 지가 가장 큰 고민이라고 한다. ‘들어주어서 감사해요’ ‘주위에 선배님 같은 어른들이 많았으면 좋겠어요’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힘이 난다.
정지영 대표(맨 앞 녹색모자)가 고흥 지역 주민들의 작업을 돕고 있다. 본인 제공.
“아무리 힘든 일이라도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면 힘든 줄 모르고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청년들은 아직 경험이 적을 뿐이지 능력이 부족하지는 않습니다. 로컬에서 꿈을 이루고 살고자 하는 청년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관계를 통해 전달되는 응원의 마음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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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석호 동아닷컴 전무 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