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균 전 육군훈련소장(66·육사 38기)이 지난달 31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전직 육군훈련소장이 본 훈련병 순직 사건’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유튜브 채널 ‘고성균의 장군! 멍군!’ 영상 캡처
군기훈련(얼차려)을 받던 중 쓰러져 이틀 뒤 사망한 육군 훈련병과 관련해 전직 육군훈련소장이 “이번 일은 육군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고 밝혔다.
31일 고성균 전 육군훈련소장(66·육사 38기)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전직 육군훈련소장이 본 훈련병 순직 사건’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고 전 소장은 “일반 회사에 사규가 있듯 육군에는 육군 규정이 있는데 이를 중대장이 지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안타까운 건 훈련병이 들어온 지 9일밖에 안 됐다는 사실”이라며 “신체적으로 단련이 전혀 안 된 상태에서 군기훈련을 했기에 동료가 중대장에게 몸 상태가 좋지 않다고 보고했을 텐데도, 이를 전혀 확인하지 않고 지속한 것은 간부의 자질이 대단히 의심스럽다”고 했다.
그러면서 “훈련소는 군인을 만들기 위한 곳이고 부대는 적과 싸워 이기기 위한 조직이긴 하지만, 군인이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 간부들이 장병들을 인격체로 대해야 한다”며 “(이번 일은) 그런 생각 없이 단순하게 큰 기계의 부품으로 생각한 결과가 아닌가 싶다”고 짚었다.
군기훈련(얼차려)을 받다가 쓰러져 숨진 육군 훈련병의 영결식이 지난달 30일 오전 전남 나주 한 장례식장에서 엄수됐다. 뉴스1
이어 “규정 위반으로 일어난 일을 성별 문제로 해결하려는 건 우리 군을 위태롭게 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옛날에 엄청 무거운 군장으로 몇㎞ 구보를 했다고 그러던데, 그건 훈련을 마치고 자대에 가서 한 것 아니냐. 훈련소에 들어온 지 9일 정도 된 훈련병들한테 완전군장으로 선착순(달리기)하고 그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안타깝게도 우리가 인구 감소 추세에 따라 과거였으면 군대에 안 오고 공익이나 면제받았을 사람들까지도 신체 등급을 상향시켜서 현역으로 데려오고 있다. 그런 징집병들을 대상으로 무책임하게 과거 기준으로 ‘우리 때는 안 그랬다’고 하는 건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고 전 소장은 “간부들의 리더십을 향상하도록 노력해야 하고, 개인 생각이 아니라 육군 규정과 상위법에 의해서 부대 지휘가 이뤄지도록 운영해야 이번 사건과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당부했다.
앞서 지난달 23일 오후 5시 20분경 강원 인제 모 부대에서 훈련병 A 씨가 군기훈련을 받다가 쓰러졌다. 그는 동료 훈련병 5명과 함께 중대장(대위)과 부중대장(중위) 지시·통제 하에 약 24㎏ 무게의 완전군장을 한 상태로 보행→구보→팔굽혀펴기→선착순 달리기 등을 반복했다. A 씨는 쓰러진 뒤 민간병원으로 응급 후송돼 치료받았으나 상태가 악화해 이틀 뒤인 25일 오후 사망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