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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인간과 AI ‘부족한 부분의 협업’에 초점을

입력 | 2024-06-03 03:00:00

사람과 AI 체스대회 결과
인간의 전략적 가이드와
AI의 전술적 정확성 결합될 때
가장 탁월한 증강 역량 발휘




과연 인공지능(AI)은 인간의 인지 능력을 대체할까, 아니면 보완할까. 기업 활동을 살펴보면 데이터 분석에 기반한 AI가 더 빠른 분석과 더 나은 예측 결과를 주지만 여전히 주요 의사결정에서 목표 설정 능력, 정무적 판단, 맥락에 대한 이해 등 인간 고유의 능력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오랜 기간에 걸친 훈련과 경험으로 형성된 인간의 인지 능력은 희소할 뿐 아니라 기업 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 요인이다. AI가 이런 인간의 능력을 대체한다고 보긴 어렵다. 하지만 독립적인 자기학습을 하는 AI가 상호작용을 통해 인간의 능력을 보완해 줄 것이라고 단언하기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최근 스톡홀름경제대 등의 유럽 학자들은 체스 대회를 소재로 한 연구에서 인간의 전략적 가이드와 AI의 전술적 정확성이 결합될 때 각각 단독으로 사용했을 때보다 우수한 게임 결과를 낸다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체스 대회에서 전통적인 인간 체스 선수, AI 기반의 엔진 체스 선수, 마치 반인반수(半人半獸)처럼 인간과 AI가 섞인 ‘켄타우로스’ 체스 선수를 구성한 뒤 게임의 승리, 패배, 무효 등의 결과를 비교했다.

연구 결과 AI는 인간의 능력을 일부 대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AI의 우수한 계산 능력이 인간의 전략적 사고가 가져다주는 효용을 압도해 인간의 전통적인 체스 능력을 무력화한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켄타우로스 체스 선수, 즉 인간과 AI 간의 상호작용이 새로운 형태의 경쟁 우위를 생성했다. 인간의 전략적 판단이 적절하게 개입될 때 인간의 전통적인 경쟁력과는 무관한 새로운 증강 역량(augmentation skill)이 발생한 결과다.

이 같은 연구는 AI를 전략적 자산으로 활용해 경쟁 우위를 얻고자 하는 기업에 몇 가지 시사점을 제시한다. 첫째, 과거에는 중요하게 여겨지던 인간의 능력이 대체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현실을 직면하고 대체 가능성이 있는 영역을 선제적으로 연구해 인간의 역할을 재정의해야 한다는 의미다. 둘째, 증강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인간의 창의성과 전략적 사고가 AI의 데이터 처리 능력과 결합하면 단독 작업보다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다. 이런 보완적 관계를 최적화해 인간과 AI의 협업이 성공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환경과 프로세스를 구축해야 한다. 셋째, 지속적인 학습과 혁신을 도모해야 한다. 빠르게 발전하는 AI 기술에 적응하고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유연한 기업 문화를 조성하는 한편으로 직원들이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지원해야 한다.

물론 이 연구 결과는 체스처럼 경우의 수가 승리, 패배, 무효로 한정된 상황에서 나타난 것이므로 현실을 반영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연구진은 전통적인 인간 역량이 새로운 증강 역량의 발견과 개발의 장애물이 될 수 있는 만큼 과거를 답습하기보다는 신기술과 자원을 끊임없이 개발하고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최병철 한국외대 경영대학 교수 bchoi@hufs.ac.kr
정리=김윤진 기자 truth3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