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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밤하늘에 빛이 번쩍… 3000광년 밖 별의 눈부신 폭발

입력 | 2024-06-03 03:00:00

80년 만의 ‘신성 폭발’에 관심 집중
북쪽왕관자리 구성하는 별에서
수소 분출 쌓이며 핵반응 발생
이달부터 9월 사이 일어날 듯… “육안 관찰 기회 생애 한 번뿐”



백색왜성이 적색거성 주변을 돌고 있는 모습을 묘사한 3D 이미지. 미국항공우주국(NASA) 제공


올여름 북동쪽 하늘에선 별이 강한 빛을 내뿜었다가 사라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6월부터 9월 사이 80년 만의 신성 폭발이 일어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수명이 다한 별이 맨눈으로 관찰할 수 있을 정도의 밝은 빛을 내며 폭발하는 현상은 100년에 한 번 정도 발생한다. 천문학계는 이번 신성 폭발을 관측해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았던 별의 현상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발견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2일 미국항공우주국(NASA)에 따르면 북동쪽 하늘에 위치한 북쪽왕관자리를 구성하는 별 중 하나인 북쪽왕관자리T(T CrB)는 올해 9월 이내에 신성 폭발을 일으킬 것으로 예측된다. 이 별이 폭발하면서 내뿜는 빛은 북극성만큼 밝다. 별이 폭발하는 주기는 약 80년이며, 기록에 따르면 마지막으로 폭발한 것은 78년 전인 1946년이다. NASA는 공식 블로그를 통해 “생애 한 번뿐인 신성 폭발의 기회를 놓치지 않길 바란다”고 했다.

북쪽왕관자리T는 지구에서 3000광년 떨어진 곳에 위치한 별이다. 수명을 다한 별인 백색왜성과 노년기에 접어든 별인 적색거성을 동시에 가진 쌍성계이기 때문에 신성 폭발을 일으킬 수 있다.

북쪽왕관자리T는 지구 정도 크기인 백색왜성과 태양보다 약 70배 큰 적색거성으로 구성됐다. 이 두 별은 8000만 km 거리를 두고 아주 가까이 붙어 있다.

중심핵에서 핵융합 반응에 의해 수소의 연소가 끝나 진화 단계에 도달한 적색거성이 온도와 압력이 증가함에 따라 불안정한 상태에 진입하게 되면 바깥층을 구성하는 물질이 분출된다. 주로 수소로 이뤄진 분출 물질은 백색왜성의 얕고 밀도가 높은 대기로 모여들게 된다. 일정 수준의 물질이 축적되면 백색왜성의 대기는 폭발적인 열핵반응을 일으키게 된다. 이때의 강력한 폭발로 빛을 내는 것이 신성이다.

신성은 물질이 지닌 에너지가 일시적으로 과다하게 축적된 상태에서 발생한다. 이 때문에 일정한 시간 간격을 두고 어두워졌다가 다시 폭발하는 것을 반복한다. 신성 폭발 현상은 적색거성이 완전히 수명을 다하거나 백색왜성이 밀도가 극히 높은 별인 중성자별이 될 때까지 계속된다.

북쪽왕관자리T의 신성 폭발은 매우 밝은 빛을 분출하기 때문에 역사적으로 여러 번 관측됐다. 신성 폭발을 과학적으로 처음 설명한 1866년 이전인 1217년, 1787년, 1866년의 문헌에 기록이 남아있다. 북쪽왕관자리T는 폭발 기간 동안 겉보기 밝기가 최대 2등급까지 치솟는다. 지구에서 육안으로 쉽게 볼 수 있는 북극성과 비슷한 밝기다.

‘세기의 신성 폭발’을 앞두고 이보다 강력한 빛을 내뿜는 초신성 폭발의 관측 기회도 천문학계의 관심사다. 초신성 폭발은 태양보다 10배가량 무거운 별이 수명을 다하고 폭발할 때 일어난다.

태양이 100억 년 동안 방출할 에너지를 한꺼번에 방출하며 태양 10억 개의 밝기로 빛난다. 현재 초신성 폭발이 가장 임박한 별로는 지구에서 640광년 떨어진 곳에 위치한 베텔게우스 별이 꼽힌다. 반지름이 태양의 800배에 이르는 거대한 별이다. 폭발 시기는 10만 년 이내로 광범위하게 예측되고 있지만 최근 이 별에서 이상현상이 나타나면서 폭발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3월 미국변광성관측자협회(AAVSO)는 베텔게우스 별이 1월 말 이후 약 0.5등급 어두워졌다고 보고했다. 지난해 12월 일본 도호쿠대 연구팀은 베텔게우스의 중심핵이 300년 이내에 이를 구성하고 있는 탄소 물질을 소진하고 수십 년 내에 초신성 폭발을 일으킬 것이란 사실을 영국왕립천문학회지(MNRAS)에 발표하기도 했다.



박정연 동아사이언스 기자 hess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