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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 초대석]“中, 한국과 함께 중요 합의 확실히 이행할 것… 韓 기업의 성공 지원”

입력 | 2024-06-02 23:15:00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본 한중 회담과 양국 관계
韓中 회담, ‘때맞춰 내린 좋은 비’… 한국, 다시 제2 무역파트너 될 듯
양국 왕래 편의 조치 더 내놓을 것… 대화 통한 한반도 평화 노력 지속
韓 근무 4번째, ‘제2의 고향’ 같아
영화 ‘파묘’에 감명… 문화교류 강화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명동 주한 중국대사관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싱 대사는 “중국은 한국과 각 분야에서의 교류를 강화하기를 희망한다”며 양국 간 협력 확대를 위한 중국의 노력을 강조했다. 대사직을 포함해 4차례의 한국 근무가 “인생의 소중한 자산”이라며 한국과의 인연도 소개했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韓中 교류 지원조치 더 나올 것”


지난달 한중일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윤석열 대통령과 리창(李强) 중국 총리의 회담 후 얼어붙어 있던 한중 관계가 풀려 나갈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싱하이밍(邢海明·사진) 주한 중국대사는 회담 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중 간 왕래 편의를 위한 조치들이 더 나올 것”이라며 양국 교류 확대 의지를 강조했다. 한반도 긴장 상황과 관련해서는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동안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가 다시 외교 테이블에 앉은 것은 지난달 말 윤석열 대통령과 리창(李强) 중국 총리의 회담 때였다. 그는 한중 외교안보대화 신설, 2단계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재개 등에 합의한 양자 회담부터 두 지도자가 중국 시인 두보(杜甫)의 시 구절을 나누며 헤어지는 마지막 순간까지 현장에 함께했다.

싱 대사는 지난달 31일 주한 중국대사관에서 진행한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회담이 아주 잘 됐다”며 “중국은 한국과 함께 중요한 합의들을 잘 이행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중국 비자의 발급 절차 간소화 조치에 이어 관광 및 영화, 드라마 같은 문화 분야 교류를 확대할 후속 방안들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경제 협력과 관련해서도 “한국 기업들이 중국에서 성공하는 길을 계속 열어주자는 마음”이라며 지원 의사를 강조했다.》



―중국은 이번 한중일 정상회의를 어떻게 평가하나.

“3국 각계각층과 국제사회의 큰 관심을 모았던 회의다. 한국은 의장국으로서 세심하게 준비하며 성공적 개최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했다. 올해 25주년이 되는 중한일 협력 체제는 풍성한 성과를 거뒀지만 도전에 직면하기도 했다. 중국은 한국, 일본과 함께 이번 정상회의의 성과를 확실히 이행하고 3국 협력을 안정적, 장기적으로 추진할 것이다.”

―한중일이 공급망 협력 강화에 합의했지만 미중 무역전쟁은 격화하고 있고 한국, 일본은 미국과의 공급망 협력을 가속화하는 상황 아닌가.

“중한일 3국의 경제 총량은 세계 경제의 4분의 1을 차지한다. 상호 교역액이 8000억 달러에 이르는,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3국이 함께 개방과 포용, 호혜와 상생을 견지하며 함께 경제·무역 문제의 범정치화, 범안보화를 반대하기를 바란다. 무역 보호주의와 ‘디커플링’에 반대하기를 바란다.”

윤석열 대통령(왼쪽에서 세 번째)이 한중일 정상회의를 계기로 방한한 리창 중국 총리(윤 대통령 맞은편)와 양자 회담을 진행하고 있다. 2024.05.26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 대통령이 리 총리를 배웅하면서 ‘춘야희우(春夜喜雨·봄밤에 내리는 기쁜 비)’라는 두보의 시구를 인용했다. 이번 한중일 정상회의가 한중 관계에 단비가 될 수 있을까.

“중국에서 유명한 시다. 첫 구절은 ‘호우지시절(好雨知時節)’인데, ‘좋은 비는 때를 알고 내린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번 회담을 이 시구로 표현한 것은 매우 적절했다고 생각한다. 양국 관계 발전의 성과가 두보 시의 ‘수풍잠입야, 윤물세무성(隨風潛入夜, 潤物細無聲)’처럼 ‘바람결에 살며시 밤에 들어와 소리 없이 만물을 적실 것’이라고 믿는다.”

―지난해 한국의 대중 수출이 감소했다. 향후 경제 협력을 통해 이런 흐름을 바꿀 수 있다고 보나.

“양국의 교역이 많을 때는 3600억 달러를 넘었다. 좀 떨어졌지만 올해는 1월부터 4월까지 벌써 1026억 달러로 증가했다. 이런 추세로 가면 한국이 다시 중국의 제2 무역 파트너가 된다. 중국 기업이 성장하고 ‘신품질 생산력’을 추진하면서 (한국과) 경쟁하는 면이 있지만 중국만큼 시장이 크고 기회도 많고 지방정부에서 잘 도와주는 곳은 이 세상 어디를 가도 못 찾는다. 특히 중국으로의 반도체 수출은 한국 경제에 돈이 된다. 대기업도 그렇고 중견기업, 중소기업이 중국에 와서 성공할 수 있는 길을 계속 열어주자는 마음이다.”

―한국인과 중국인의 상호 호감도가 높지 않다. 인식 제고와 교류 촉진을 위한 구체적인 조치들이 있나.

“최근 여론조사에서 한국 국민의 80% 이상이 ‘한중 양국이 우호 협력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답했는데, 이는 100만 명에 달하는 재한 중국인이 느끼는 바와 같다. 지방, 교육, 스포츠, 언론, 청소년 교류 기회를 늘리기를 바란다. 중국은 왕래 편의를 제공하기 위한 조치들도 계속 내놓을 예정이다. 더 많은 한국 국민이 중국에 가서 신(新)시대 중국의 발전을 체험하며 중국인의 열정을 느껴 보시길 바란다. 더 많은 중국인이 한국을 방문하는 것 또한 지지한다.”

―중국의 ‘반간첩법’ 개정안 시행이 외국인의 안전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도 있는데….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반간첩법 개정안은 관광이나 비즈니스, 학술 교류 같은 정상적 활동을 겨냥한 게 아니다. 일각에서 반간첩법이 외국인의 안전을 위협할 것이라고 과장하는데, 이는 사실을 왜곡하고 중국에 먹칠을 하는 것이다. 이 법 때문에 한국 국민이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는 이야기를 저는 들은 적이 없다. 중국은 투자, 비즈니스, 업무 교류 및 관광을 하는 한국인의 합법적인 권익을 법에 따라 보호할 것이다.”

―북한이 최근 오물 풍선과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교란으로 남북관계를 악화시키고 있다. 한반도 정세의 긴장 국면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중국은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압박을 통해서는 해결되기 어려운 문제다. 중국은 대화와 협상을 통해 서로 양보하면서 문제를 해결할 여러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그렇게 해서 잘 된 것도 있고, 아쉽게 합의가 안 된 것도 있었다. 복잡한 국제 정세 속에서 한반도 정세의 긴장이 날로 고조되는 것은 중국이 원치 않는 것이다. 우리는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는 데 근원적으로 노력해 왔고, 앞으로도 이런 방향으로 노력할 것이다.”

―최근 대만에서는 라이칭더(賴淸德) 총통이 취임했다. 대만해협의 정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

“대만섬의 정세가 어떻게 변화하든, 누가 집권하든 양안(兩岸)이 같은 하나의 중국에 속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중국이 결국 통일될 것이라는 역사적 대세 역시 막을 수 없을 것이다. 대만은 예로부터 중국의 불가분한 일부였다. 유엔총회 결의안 2758호는 중국 정부가 대만을 포함해 중국 전체를 대표하는 유일한 합법 정부라고 규정하고 있다. 한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충실히 지켜 대만 문제를 적절하고 신중하게 처리해 주기를 바란다.”

싱 대사는 지난해 6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회담에서 “중국 패배에 베팅하는 이들은 반드시 후회할 것”이라는, 소위 ‘베팅’ 발언으로 국내 여론의 거센 질타를 받았다. 싱 대사는 당시 “오해가 있었다”고 했지만 이후 공식 대외활동을 자제하고 로 키 행보를 이어왔다. 오랜만에 언론 인터뷰에 응하는 싱 대사는 신중했다. 한국 관련 상황을 세세한 수치들을 들어가며 설명했고 “중국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유창한 한국어로 답변하면서 민감한 질문에도 미소를 유지했다…

―요즘 한국에서의 업무와 활동은 어떠신가.


“한국의 각계 인사들을 만나고 있다. 오늘도 대구에 가서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왔다. (한국을) 한 단어로 표현하면 ‘친근’이다. 저는 40년 가까이 한반도 관련 일을 하며 4차례 한국에서 근무했다. 제 인생의 소중한 자산이다. 저에게 있어 ‘제2의 고향’이라고 할 수 있다. 32년 전 대사관 현판과 관인을 가지고 서울에 와서 주한 중국대사관 설립에 참여하고 이를 지켜봤던 기억이 생생하다. 양국 교역액이 연간 3000억 달러를 넘어서고 인적 왕래가 1000만 명을 돌파한,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본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

―중국은 ‘한한령이 없다’고 하지만 중국 내 한국 문화 확산 움직임은 여전히 찾아보기 어렵다. 앞으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해도 되나.

“한국의 영화와 드라마는 소재가 풍부하고 잘 만들어져서 많은 중국인이 좋아한다. 얼마 전 아내와 함께 영화관에서 영화 ‘파묘’를 관람하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 근대 이후 일제의 침략에 항거하는 과정에서 중한 양국 국민은 한마음으로 힘을 합쳐 서로 도왔다. 이를 대중이 즐겨 보고 듣는 방식으로 널리 알려서, 양국의 우호 감정을 심화시키는 데 힘을 보탤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번 회담에서 재개하기로 한 중한인문교류위원회는 내가 초대 사무총장을 맡았던 조직이다. 이 위원회를 통해 앞으로 여러 문제를 토의할 수 있다.”

자이언트 판다 푸바오. 2024.3.27. 삼성물산 리조트부문 제공. 뉴스1

―판다 푸바오가 한국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중국으로 돌아간 푸바오의 근황을 궁금해하고 걱정하는 한국인이 많다.

“푸바오를 향한 한국 국민의 관심과 사랑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푸바오는 양국 국민에게 온정과 행복을 전해줬고, 국민 간 마음의 거리를 좁히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잊지 못할 감동적인 추억을 많이 남겼다. 푸바오는 현재 중국 생활이 평온하며 상태도 양호하니 여러분 모두 안심하시길 바란다. 푸바오는 한국 국민의 보배이자 중국 인민의 보배다. 우리 모두가 푸바오를 매우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므로 반드시 정성껏 돌볼 것이다.”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60)1964년 중국 톈진(天津) 출생. 1980년대 북한에서 유학했다. 북한에서 3차례, 한국에서는 1992년 한중 수교 때부터 주한 중국대사관 서기관, 참사관과 부대사 등 4차례 근무했다. 중국 외교부 본부에서도 남북한, 동북아 업무를 주로 맡았던 한반도 전문가로, 한국어가 유창하다. 2015∼2019년 몽골 대사를 거쳐 2020년 한국 대사로 부임됐다.











이정은 부국장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