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경기 파주시 탄현면에서 바라본 군사분계선(MDL) 북측의 한 초소 일대에서 북한군 수십 명이 진지 공사를 벌이고 있다. 군 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4월 말부터 대규모 병력과 중장비를 동원해 휴전선 전역에서 지뢰 매설과 철조망 설치 등 진지 공사를 진행 중이다. 파주=이한결 기자 always@donga.com
북한이 또 오물 풍선 테러를 자행했다. 엿새 사이에 두 번째 도발로, 주말 사이에 날아든 720여 개를 포함하면 쓰레기와 오물이 든 대형 풍선은 1000개 안팎에 이른다. 정부는 이에 맞서 어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고 “북한이 감내하기 어려운 조치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조치엔 대북 심리전의 하나인 군의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도 포함된다. 군은 확성기 장비를 휴전선 일대에 재설치하고, 북의 추가 도발이 있을 때 즉각 방송을 재개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확성기 전진 배치는 2018년 문재인-김정은 판문점 정상회담을 앞두고 철거한 뒤 6년 만이다.
정부가 확성기 카드를 선택한 것은 오물 풍선과 GPS 교란 등 북한의 유치한 저강도 도발에 대한 실질 대책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북한은 정찰위성 및 탄도미사일 발사 등 군사 위협도 병행하고 있다. 군사적-비군사적 도발을 교묘히 섞어 혼란과 공포를 키우고 있는 북한에 구두 경고로만 대응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대북 확성기는 북한엔 아주 위협적인 대응 수단으로 통한다. 군은 과거 뉴스, 일기예보 등과 함께 3대 세습 체제를 비판하는 내용을 송출하곤 했는데, 야간에는 북쪽 20km까지 가청 범위가 늘어나 적잖은 북 장병들에게 전달된다.
정부는 오늘 국무회의를 열고 2018년 4월 판문점 선언이나 9·19남북군사합의의 효력을 일부 정지하는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대북 확성기 방송은 대북 전단 살포와 함께 2020년 제정된 남북관계발전법에 따라 금지돼 있고, 위반 시 처벌 조항까지 있다. 하지만 대통령이 합의의 효력을 정지시켰을 때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단서조항이 마련돼 있다. 9·19군사합의는 이미 남북 모두 효력이 사라졌다고 밝힌 바 있어 사실상 사문화됐지만, 법률적 논란을 피하기 위해 국무회의 의결 절차를 거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