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CEO 인터뷰] 바이틀 벤츠코리아 대표 “본사 회장, 늘 한국 고객 특성 강조… 세계에 그 기준 적용땐 실패 없어” 마이바흐 독립 전시장 강남 공사중 세계선 유일… 내년 중순 오픈 예정
마티아스 바이틀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대표가 지난달 28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전시장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진행하던 도중 마이바흐 차량 앞에 섰다. 그는 벤츠와 한국인 모두 늘 더 나은 것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찰떡궁합’이라 한국에서 벤츠의 인기가 높다고 진단했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제공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사무실에서 서울 강남구 청담동 벤츠 전시장으로 향하는 길. 마티아스 바이틀 벤츠코리아 대표는 갑자기 만담꾼이 됐다. 타고 있던 럭셔리 모델인 ‘마이바흐 GLS’의 세세한 기능을 하나하나 열거하느라 차 안이 시끌벅적했다. 바이틀 대표의 설명에 따라 좌석의 마사지 기능을 직접 사용해 봤다. 그는 공기청정 기능을 작동시켰고, 좌석이 젖혀지는 리클라이너 기능도 설명했다. 30분 만에 목적지에 도착하자 바이틀 대표는 “이렇게 좋은 차에서 내리기 싫다”며 웃었다. 마이바흐 브랜드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이 가득한 모습이었다.
이날 바이틀 대표와의 인터뷰는 벤츠 전시장에서 이뤄졌다. 벤츠의 딜러사인 한성자동차는 올 4월 해당 건물 2층에 마이바흐 전용 전시장을 국내 최초로 꾸렸다. 마이바흐는 대당 2억∼5억 원대에 달하는 벤츠의 초고가 모델임에도 지난해 국내에서 2595대가 팔리며 인기가 높아서다. 중국에 이어 마이바흐가 두 번째로 많이 팔린 나라가 한국이다.
바이틀 대표는 “한국인들은 빠르다는 속성을 지녔다”며 “새로운 기술에 대한 적응력이 높고 제품의 질이나 안전성, 고급스러움에 대한 이해도 빠르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인들의 기준치를 맞춘 뒤 이것을 세계적으로 적용하면 벤츠는 크게 성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으로 발령났다고 하면 독일 본사 사람들 사이에서도 ‘와우’라는 반응이 나오죠. 조직도로 보면 수평이동하는 것이라도 한국 발령은 마치 승진처럼 느껴지는 분위기입니다. 올라 칼레니우스 벤츠 본사 회장께서 늘 한국 고객들의 특성에 대해 강조하고 있습니다. 또한 한국 기업들과의 협력도 매우 중요한 요소이죠. 심지어 최근 한국 딜러사들과 독일 본사를 방문했는데 현지 직원들이 4∼5년 뒤 나올 제품을 설명하면서 한국 고객들의 예상 반응을 자꾸 물어서 벤츠코리아 대표로서 자부심을 느꼈어요.”
워낙 한국 시장이 중요하다 보니 벤츠 전시장은 본사에서 직접 관여해 꾸몄다. 매장에 들어서면 정갈하게 차려입은 직원이 나타나 특선 차(茶)를 제공해 준다. 매장 내에 차 향이 퍼졌고, 클래식 음악도 잔잔하게 흘렀다. 천장에는 마이바흐 문양이 양각으로 빼곡히 새겨 있고, 독일에서 공수한 마이바흐 로고 형태의 대형 전등도 설치돼 있었다. 전시된 5대의 마이바흐 차량 자체가 예술품이란 이유로 그림이라든지 다른 장식품은 없었다.
심지어 지난해 상반기(1∼6월)부터는 강남구 압구정동에 마이바흐 전용 독립 전시장을 만들고 있다. 청담동 전시장은 1층에 벤츠, 2층에 마이바흐가 자리하고 있다면 압구정동 전시장은 건물 전체가 마이바흐를 위한 전용시설이다. 전 세계에서 처음 시도되는 일이다.
바이틀 대표는 “마이바흐는 최상위 럭셔리 브랜드이기 때문에 그에 걸맞은 경험을 전달하려 한다”며 “압구정 전시장은 지하층을 포함해 전체 5개 층으로 구성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내년 중순쯤 공사가 완료될 것”이라며 “자동차를 위한 공간이지만 ‘파인다이닝’(고급 식사)까지 경험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9월 부임한 바이틀 대표는 한국 생활을 만끽하고 있다고 했다. 쉬는 날이면 가족과 함께 맛집에 다니고, 독일에선 가보기 어려웠던 야구장도 방문했다. 그는 한국에서 시간을 보낼수록 자신과 벤츠 모두 한국과 궁합이 잘 맞는다고 확신하고 있다.
“벤츠는 현재 상태에 만족하지 않고 더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을 늘 고민하는데, 이것이 한국인의 정서와 잘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서로 닮았기에 한국에서 벤츠가 인기 있는 것 아닐까요.”
한재희 기자 hee@donga.com